가상화폐 시장의 아이러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만

by stay gold

이번 비트코인 시세 변동, 거래소 사태를 보며 탈중앙화라는 신념과도 같은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아이러니 목격.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금‘이라는 비유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것도 이상하다.


독립성, 현물과 직접 연동되지 않음이 가상화폐의 핵심 가치인데, 많은 이들이 중앙의 관리가 필요한 것, 금본위제 하 통화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는 눈치. 시장 참여자들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그러지 않는 것”이 존재 가치의 대부분인 것을 두고, “그러는 것”으로 인식하며 투자하는 듯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본래 존재 가치가 효용을 인정받고 그 결과로 값이 오른다면 인식이 어떻든 상관없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인식이 단순히 모로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존재 가치의 정반대로 향하는데 값이 오르는 것은 이상하다.


이런 이유로, 가상화폐 시장은 가치에 대한 믿음과 투자가 아닌 가격 그 자체에 대한 믿음과 투자로 유지되는 시장이라 생각하는 쪽.


본의든 본의 아니든, 가상화폐의 의의를 부정하는 이들이 “값에 대한 믿음”으로 값을 지탱하는 시장. 가격 그 자체에 베팅하는 시장.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마치 희귀한 나무의 발견과 유사하다. 비싸니까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며 경매에 참석해 값을 올리던 이들에게, 경매를 바라보며 참석을 고민하던 미래의 참여자들에게 “그런데, 저 나무의 쓸모가 이 값을 치를 정도인가? 대체할 것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게 되면, 알아챌 틈도 없이 추락의 수준으로 값이 떨어질 것.


본래의 가치와 효용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아닌 가격에 대한 믿음으로 유지되는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비트코인을 그 존재 이유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기축통화처럼, 금처럼, 중앙의 개입이 있을 때 더욱 안전한 무엇으로 오해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지시키는 저 가격은, 언제든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 있다.


한편, 가상화폐의 탄생 당시 가치는 그러했지만 이제는 희소가치 있는 안전자산으로 취급된다 볼 수도 있다. 즉, 본래 취지와는 달리 새로운 효용을 얻었으며, 현재의(그리고 미래의) 가격은 이 새로운 효용에 따름이라는 입장.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새로운 효용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수의 믿음인가(필요인가), 다수의 합의인가?

희소가치가 곧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텐데,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으며 중앙의 개입이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새로운 이것이 얼마나 유지되겠는가?

다수에게 통용되는 안전자산인가, 소수가 안전하다고 믿는(안전하길 바라는) 그림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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