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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외할아버지와 찌개.

기억.

by stay gold


어머니

여전히 ‘엄마’가 더 익숙한데, 그새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어머니의 연세가 그때의 외할아버지보다 더 많으시다.


아직 경험한 적 없어 가늠할 수 없는 부모님과의 헤어짐. 벌써 삼십 년 하고도 몇 년 더 전 그때, 어머니는 외할아버지와 헤어지셨다. 아빠를 잃었다. 그 슬픔 이후 어머니 앞에서는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 속에 쉬이 잊히길 바랐다.



외할아버지

얼마 전 모처럼 가족 모임.

저녁 식사 메뉴 중 하나로 나온 찌개를 보니 어머니가 끓인 찌개를 무척 좋아하시던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집에 놀러 오신 외할아버지께서 정말 맛있게 끓였다며 칭찬하시고, 땀을 흘려가며 드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군침이 돌아 나도 한 숟가락 듬뿍 떠먹었다가 어른의 맛에 실망했던 것도 떠올랐다.


문득 알리고 싶어졌다.

외할아버지의 모습도, 체취도, 목소리도, 땀을 흘리며 찌개를 드시던 그 장면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잊지 않았다고.


“이거 외할아버지께서 참 좋아하시던 찌개인데...”


그리고 한참을 외할아버지 이야기로 채운 그날 저녁.




언젠가는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아픔까지 물려받을 내가, 삼십여 년 전 떠나신 외할아버지를 마음 깊이 기억하고 있음을, 언젠가는 두 분도 그렇게 두고두고 기억하리라는 것을 알아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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