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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투 Jul 13. 2021

버스에서의 추억?

이건 추억이라기보다 아주 색다른 경험이다. 지금은 수원에 거주하지만 외국에 나가기 전까지 서울에서 살았다. 복잡한 서울에서 나는 자연스레 버스와 지하철을 주로 이용했다. 그때 상도동 보라매공원 쪽에 살았는데, 어느 날 종로 쪽에 약속이 있어 버스에 탑승. 자리가 없어 어느 멋있어 보이는 여자분 앞에 섰다. 그런데 타자마자 버스가 급정차를 했다. 손잡이를 잡고 있었지만 심하게 흔들리다 보니 내 앞에 앉아있는 여성분의 발을 밟고 말았다. 그때 힐을 신고 있었는데 밟힌 여성분이 너무 아플 것 같아 정말 미안했다. 몸 둘 바를 몰랐다. 난 너무너무 죄송하다며 연신 굽신 거리며 사과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여성분이 사과를 계속해도 계속 나를 째려보며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힐로 밟았으니 얼마나 아플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라매공원에서 시작해 한강 다리를 건널 때 까지도 그 여인은 나에 대한 분노를 그칠 줄 몰랐다. 이쯤 되면 나도 이제 슬슬 지칠 때가 된 것 아닌가? 너무 미안하지만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사과를 했으면 그만해야지 이 사람아!!!

이제 나도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말...     


C  짜증 나!

그만큼 미안하다고 했으면 그만해야지

도대체 몇 번을 사과해야 해!!

재수 없어 진짜

아유.. 확 그냥...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에겐 확실히 들릴 정도였다.

그러자 그녀가 갑자기 확 쪼그라들었다. 험악한 조폭이라도 만난 사람처럼 당황하더니 내 얼굴도 못 쳐다보고 안절부절못했다.       


뭐지? 이 낯선 쾌감?    

 

내 입에서 이런 욕이 나오다니... 나는 평소에 욕을 안 한다, 정말!!!

언성만 높여도 심장이 벌렁거려서 싸움도 잘 못한다.

오히려 집에 돌아와 밤에 잠 못 들고 ‘아!!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조리 있게 내 입장을 설명하지 못한 때 늦은 후회만 하는 편이다.

물건 값도 못 깎을뿐더러,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교환할 때도 할 말을 몇 번씩 연습하고 간다.


하지만 내 내면엔 이런 것들이 꿈틀대고 있던 것인가? ㅋㅋㅋ     


그렇게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할 때는 경멸하며 바라보더니, 세게 나가니 깨갱거리는 그 여인을 보며 기분이 묘했다.


사람은 친절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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