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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투 Jul 08. 2021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려서는 인생의 영화 같은 반전을 꿈꾼 적이 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에 성공해서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고 싶었고, 달라진 모습으로 동창회에 나가 자랑도 하고 싶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뭔가 될 것 같았고 그래서 성실히 살아왔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 신화 같은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보며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내 위의 유리천장은 깨지지 않는지 분해한 적도 있었다. 내 능력과 노력도 부족했고 환경이나 타이밍도 받쳐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너무 따지는 까다로운 성격도 한몫했다.



그러나 지금 내 삶이 분하거나 절망스럽진 않다. 세상의 성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고 소박지만 나름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금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의 후반전에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기대되지는 않는다. 지금의 나도 내가 계획해서 된 것이 아니기에, 내가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미래의 작은 일상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나는 계속 일하고 싶다. 지금의 나를 봐선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 일해서 내 밥벌이는 내가 하고 싶다. 밥벌이라고 하니 내가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려고 돈을 번다. 나도 특별하지 않다. 그리고 직장에 매여서 일하고 싶다. 나는 자기 관리가 잘 안 되는 사람이라 제약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퍼져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침에 일어나 나를 단장하고 출근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몸을 잘 관리해서 죽기 전까지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싶다. 나이 들어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는 건 자연의 이치지만 다리가 불편하면 혼자서 아무 데도 갈 수 없으니 삶의 질도 떨어지고 가족들에게도 너무 큰 짐이 될 것이다.


나이보다 5년 정도만 젊어 보이고 싶다. 가끔 TV에서 50,60대 여성들이 20,30대처럼 꾸미고 나와 자신이 얼마나 젊어 보이는지 자랑하는 걸 보면 좀 징그럽다. 얼굴에 연륜과 깊이가 묻어나면서 “저 할머니 참 곱다.. 관리를 잘하셨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이 드는 게 많이 서글프진 않을 것 같다.


아들이 아이를 낳는다면 가까이 살면서 돌봐주고 싶다. 이건 전적으로 며느리의 권한이니 내가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아들 부부의 짐도 덜어주고 나도 손주를 자주 볼 수 있으니 행복할 것 같다. 나이 들어서는 고독이 제일 무섭다. 더불어 살며 손주에게 멋있고 재미있고 따뜻한 할머니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닐, 나를 잘 알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4명 정도 있으면 좋겠다. 나까지 5명이 딱 차 한 대로 봄,가을 꽃구경 단풍구경 다니고, 집안의 대소사도 챙기면서 가끔 자식 자랑도 하는 그 진부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


마지막까지 따뜻하고 겸손한, 성숙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숙의 길은 참 험난하다. 매일 몸부림치지만 제자리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나이 들었다고 세상사 다 아는 듯 한 표정 짓지 않고, 더 많이 용납하고 사랑하면서 가끔 때워 넣은 금니가 보일만큼 크게 웃고 재미있는 농담도 던지는 유쾌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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