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리틀 포레스트>의 소박한 부엌을 지나 이번에 우리가 들여다볼 곳은 공간은 환상과 우아함이 넘치는 공간, 바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영화는 1930년대 가상의 유럽 국가 ‘주브로프카’를 배경으로, 한때 호화로웠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 H'와 '벨보이 제로'를 둘러싼 우정, 사랑, 모험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문을 열면 달콤한 생일 케이크 같은 아름다운 분홍빛 호텔이 우리를 맞이한다.
영화의 줄거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완벽주의자 지배인 구스타브 H는 상류층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이다. 그의 제자이자 로비 보이 제로 무스타파는 구스타브의 충실한 동반자다.
어느 날 지배인 구스타브와 각별했던 귀부인 마담 D가 의문의 죽음을 맞고, 그녀의 귀중한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이 구스타브에게 유산으로 남겨진다. 이에 분노한 유가족들은 구스타브를 살인범으로 몰아세우고, 그는 감옥에 수감된다.
제로와 그의 연인 아가사의 도움으로 탈옥한 구스타브는 누명을 벗기 위해 도주를 감행한다. 추격과 음모 속에서 두 사람은 끈끈한 유대와 용기를 보여주며,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사라져 가는 품위와 인간다움을 지켜내려 애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설계한 이 완벽한 세상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거칠고 야만적인 외부 세계로부터 '우아함'이라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만든 거대한 보석 상자 같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건축 양식과 색채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1. 건축: 세 개의 시대를 담아내는 공간 연대기
영화는 현재에서 시작해 1985년-1968년-1932년-1968녓-1985년-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으로 영화 속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하나의 건물이지만 세 개의 시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1930년대 전성기: 아르누보의 곡선과 초기
모더니즘의 직선이 결합된 유럽 그랜드 호텔의 정수다. 과장된 장식과 완벽한 대칭 구조, 산등성이를 오가는 케이블카와 광활한 로비는 당시 귀족 문화가 지향했던 ‘예의와 질서’를 공간적으로 구현한다.
전쟁 이후의 쇠락: 찬란했던 장식은 사라지고 기능 위주의 투박한 내부가 들어선다. 공간의 골조는 남아 있으나, 그곳을 채우던 ‘품격’이라는 가치는 증발한다.
현재: 호텔은 폐허에 가깝고, 오직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찬란한 건축으로 존재한다. 공간은 물리적으로 남을 수 있어도, 그 공간을 지탱하던 정신은 결국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짐을 보여준다.
건축물은 단순히 벽돌을 쌓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가치관을 박제한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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