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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치울링 Dec 03. 2022

단양, 도담삼봉.

가성비와 궁상 그 사이 어딘가

   울 아들들 꼬꼬마 시절에 다녀왔던 단양이었다. 친정엄마가 어릴 때 자란 고향이라 효도한다치고 가게 된 곳이라 크게 기대하는 마음도 없었던 터였다. 큰 기대와 설렘 없이 마주했던 단양에 대한 기억은 특별한 게 없지 싶다. 남편은 나와는 달리 단양을 특별히 추억하고 있었다. 세 살이던 둘째를 캐리어에 메고 성치도 않은 무릎으로 단양 고수동굴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그 고생스러움으로 단양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가리란 기대없이 돌아와 거의 잊고 지냈던 단양을 내가 구독하고 있는 유튜버에게 차박 여행지로 소개받게 되었다. 

     

   나의 기억속에서 작고 구경거리 없던 구경시장이 속초 중앙시장만큼이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몇몇 가게들 앞에는 먹어보겠다고 선 사람들의 줄이 대단했다. 그리고 그 유튜버가 향한 차박지 도담삼봉 주차장. 내 기억속의 밋밋한 단양의 모습이 아니었다. 참 평온해 보이는 호수와 호수 건너편 마을이 마치 고성에 걸린 멋진 액자 속의 풍경 같았다. 나의 차박동지 남편에게 유튜브를 공유하고 도담삼봉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도담삼봉 : 단양팔경의 하나로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에 세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섬.(출처:네이버사전)    


  특별한 주말 계획이 없었던 금요일 저녁에 우리는 출발했다. 해가 짧아져서인지 서둘러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단양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어둑어둑했다. 인터넷서칭으로 검색해둔 구경시장의 마늘빵과 흑마늘닭강정을 우리의 저녁메뉴로 점찍어둔터라 어둑해진 거리는 고픈 배를 움켜쥔 우리부부를 참 불안케했다. 시골의 시장은 왠지 더 일찌감치 마감할 것 같은 마음에 우리는 주유경고등의 경고도 무시하고 일단 구경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구경시장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우리는 걷기에 좀 거리가 있는 하부주차장까지 내려가 주차를 했다. 시장에서 사방으로 뻗은 골목들의 불빛은 여전히 환했고, 불켜진 가게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오올..예전의 단양이 아니네.”

“그러게. 이 시간에 사람들 되게 많네.”     


  기억속 조용하고 뭔가 조금 아쉬웠던 그 단양이 아니었다. 내가 인터넷으로 서칭했던 흙마늘닭강정집은 대기도 걸 수 없었다. 아쉬운대로 그맛이 그맛 아니겠냐며 대기라도 받아주는 옆 가게에 이름을 올리고, 시장을 돌아다녔다. 늦은 시간인데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가게들은 대기줄이 길었다. 우리는 적당한 길이의 대기줄에 서서 마늘빵, 만두, 흙마늘닭강정을 사서 도담삼봉 주차장으로 향했다.     


  며칠새 부쩍 쌀쌀해진 날씨탓에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맘대로 주차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우리는 대형버스주차장에 차를 대고, 얼른 셋팅을 시작했다.

어느덧 우리부부는 차박셋팅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재빨리 셋팅을 완료하고 허겁지겁 만두, 빵, 닭강정을 해치웠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이제야 몸이 나른해진다.

화장실 점검 차 나선길에 부른 배를 조금은 꺼뜨릴 심산으로 남편과 한바퀴 산책을 했다. 어두운 바로 앞 남한강이 검은 구덩이같아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내일 사진도 찍고, 저기에서 아침도 먹자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는 다시 니발이 품으로 돌아왔다.     


  주차장 니발이 안에서 우리는 아껴두었던 넷플릭스 시리즈를 시작했다. 너무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이다. 한참을 보다가 그냥 잠이 들었나보다. 자다가 코 끝에 걸리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잠이 깼다. 그래. 우리의 니발이는 아직 충분한 방한을 위한 대비는 되어있지 못했다. 바닥에 전기장판만 믿고 우리는 구스다운 침낭도 챙기지 않았던 터였다. 자다깨다 자다깨다 선잠을 자다 날이 밝았다. 우리가 검색한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9시전에 주차장을 나가면 주차료 5000원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팁을 얻었기에 9시전에 나갈 생각이었다. 그들은 9시전에 나가서 핫플인 브런치까페에 오픈런을 위한 대기를 하면 딱 좋은 스케줄이라 안내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오픈런을 위한 열정도 필요도 없었기에 그냥 5000원을 지불하고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밤동안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고, 이런 멋진 풍경앞에 나의 하룻밤 잠을 허락해준 이곳에 충분히 5000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불과 한 두시간 뒤에 알게 되었다. 그들은 5000원이 두려워 9시전에 주차장을 나선게 아니었음을...




  주차장 오픈런을 위한 대기줄이 어디 100m전부터 이어진건지 대형 관광버스와 승합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고, 라면을 먹던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하필이면 가장 좋은 곳에 자리잡은 탓에 니발이 앞에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할아버지들은 우리의 니발이에 대한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문의해 주셨고, 예의상 대답해 주던 남편의 답변에는 어느새 자랑스러움이나 뿌듯함 그 비슷함이 묻어있었다.  

   

  당황한 탓인지 정리하다가 남편은 흰 이불에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쏟았다. 바글대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불을 털고, 닦고하는 신기한 구경거리도 제공하게 되었다.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은 우리는 대충 짐을 챙겨 뒷열을 완전히 원상복구하지도 않은채 집으로 돌아왔다. 추웠고, 궁상맞은 차박러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조금은 챙피했던 차박이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의 침대에 누웠다. 이 포근함...

캠핑에는 따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 사춘기 중딩이 둘째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집 떠나서 왜 사서 고생이에요?”        


  그러게나 말이다. 모르겠다. 사서 고생을 하겠다고, 오늘도 무시동히터를 검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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