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도 지나면 힘이 된다

가난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배움의 불빛

by 황희종

1958년, 경남 진주 사봉면 저동마을.

스무 가구 남짓한 작은 산골에서 제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전기도, 자동차가 다닐 길조차 없던 오지였습니다. 부모님은 논밭을 매고 품을 팔며 하루하루를 버티셨고, 저는 4남매 중 셋째로 자랐습니다.

그 시절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제게 심부름을 맡기며 “이 아이처럼 착하게 자라라”며 따뜻한 밥 한 숟갈을 건네셨습니다. 그때 배운 것은, 사람 사이 신뢰가 삶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단순하지만 강한 진리였습니다.

1964년, 부계초등학교 입학. 학교는 왕복 8킬로미터 거리였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어 다녔습니다.

그 길 위에서 저는 끈기와 성실을 배웠습니다. 작은 공책과 연필이 가장 귀한 보물이었고, 운동회에서 1등을 하면 받은 공책 한 권이 그렇게나 자랑스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하루하루가 제 인생의 기본기를 만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성실하게 임하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는 지금도 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1969년, 마산으로의 이주.

그날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처음으로 결석한 날이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낯선 도시로 향하는 길, 흙냄새 대신 기름 냄새가, 산새 소리 대신 경적 소리가 귀를 때렸습니다.

그리고 첫날, 저는 생전 처음 검은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어린 나에게 그것은 단절과 두려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었습니다.

가난 속에서 얻은 지혜, 매일 걸으며 배운 성실,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첫 모험.

그것들이 모여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