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도시의 향기를 마시다

이별 끝에서 만난 새로운 시작, 낯선 도시와 짜장면의 기억

by 황희종


1969년 4월 19일, 저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 처음으로 결석을 한 날입니다.
그날은 단순히 하루의 공백이 아니라, 산골 유년기의 마지막이자 낯선 도시로 향하는 첫걸음이었다.

부계리 저동 마을을 떠나며 이불과 옷가지를 보자기에 싸서 등에 지고 아버지를 따라 길을 나섰다. 산을 하나 넘고 기차역에 도착하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흙과 나무, 계곡물로 가득했던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쇳소리와 기름 냄새가 섞인 도시의 공기가 스며들었다. 기차에 올라 창밖을 보니 논밭 대신 건물, 새소리 대신 경적이 가득했다. 열두 살의 마음은 두렵고 설레었다.

마산에 도착한 날 늦은 오후, 우리는 작은 중국식당에 들어가 허기를 채웠다. 그곳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검은 짜장면을 맛보았다. 커다란 양은 접시에 담긴 면발 위로 낯선 검은 소스가 덮여 있었는데, 한 젓가락을 입에 넣자 묘하게 매혹적인 맛이 퍼졌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지는구나.’

짜장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산골 아이가 도시로 들어서며 치른 첫 번째 통과의례였다. 지금도 짜장면을 먹을 때면 그날의 긴장과 기대가 떠오른다.

도시의 거리는 시끄럽고 복잡했다. 작은 산골에서 모두가 서로를 알던 삶과는 달리, 마산에서는 수많은 얼굴이 스쳐 갔다. 익명성과 낯섦 속에서 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워야 했다. 낯선 교실에서 억양도 다른 아이들과 마주했을 때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매일 8킬로미터를 걸어 학교를 다니며 끈기를 배운 나였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마산으로의 이주는 단절이 아니라 도약이었다. 익숙한 것을 떠나는 건 두려웠지만, 그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산골에서 배운 성실은 도시에서 더욱 빛을 발했고, 이별의 아픔은 새로운 만남의 씨앗이 되었다.

도시의 첫 향기는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게 했다. 흙냄새 대신 기름 냄새, 새소리 대신 경적 소리, 그리고 낯선 음식의 맛은 내게 가르쳐 주었다.

“새로운 시작은 늘 두렵지만, 그 두려움 속에 성장이 숨어 있다.”

#에세이 #성장 #도시 #첫 경험 #기억

도심의 거리.jpg

1960년대 후반 도심의 풍경. 1967년도에 개봉된 영화, '초야'의 포스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자들의 복장은 검은색 바지에 흰 와이샤스가 대부분이고 검은색 지프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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