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하여(4편)

사진이 없는 사람

by 황희종

누군가 오래된 앨범을 펼쳐 보여줄 때면

나는 잠시 말을 잃는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환하게 웃는 가족의 모습들.

그 속의 평화로움이 부럽다.

나는 그런 사진이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내가 함께한

한 장의 사진조차 없다.

가난했던 시절, 카메라를 가진 집은 드물었고

사진관은 먼 읍내에 있었다.

그때 우리 가족에게 사진은

꿈만큼이나 멀리 있는 사치였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가족사진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온다.

사진 속 미소보다,

내 마음속 공백이 더 또렷이 보인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돌아보면

그 공백이 꼭 슬픔만은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의 손길,

어머니의 숨결,

그들의 목소리를 사진 대신 기억 속에 남겼다.

호롱불 아래에서 글자를 가르치던 손,

감나무 아래에서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그 장면들은 한 번도 인화된 적이 없지만

평생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안다.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기억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는 걸.

나는 사진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 대신 세상에서 가장 많은 장면을 품은 사람으로 살아왔다.

오늘도 누군가 앨범을 펼치면

나는 조용히 웃는다.

“나는 마음속에 사진이 많습니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 “사진이 없어도, 그리움은 빛바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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