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향하여(8편)

그리움이 나를 단단하게 하다

by 황희종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흘렀다.

그러나 내 마음속의 시간은 아직 그 겨울 언저리에 멈춰 있다.

찬 바람이 불던 군북역,

내 손에 쥐여 주시던 따뜻한 동전 몇 닢,

그리고 “밥 잘 챙겨 먹고… 공부 열심히 해라” 하시던 그 목소리.

그 짧은 장면이 내 인생의 첫 이별이자,

가장 오래 남은 가르침이 되었다.

어릴 땐 ‘그리움’이 슬픔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시리고,

가슴 한쪽이 비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그리움은 약함이 아니라, 내 삶을 떠받치는 근력이었다는 것을.

아버지가 계셨다면 나는 더 쉽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기에

나는 스스로 길을 찾아야 했다.

넘어져도 일어나야 했고,

누가 대신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버텨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책임과 성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배웠다.

가끔은 생각한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나를 보며 뭐라 하셨을까.

공직자로서, 또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살아온 내 삶을

조용히 고개 끄덕이며 “수고했다” 하셨을까.

그 상상을 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비록 말로 듣지는 못했지만,

그 인정의 시선이 언제나 내 곁에 있는 듯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 나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나처럼 부재를 품은 사람들도 많았다.

부모를, 형제를, 혹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

그들은 모두 각자의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한 사람의 빈자리가 있다.

그 빈자리가 크든 작든,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랑이 남아 있다.

나는 이제 안다.

그리움은 결핍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마음의 근육이라는 것을.

그리움이 있었기에 나는 흔들릴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움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리움이 나를 지금의 나로 키웠다.

아버지의 부재는 내 삶의 상처가 아니라 방향이 되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책임을 배우고, 품격을 익히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넬 때면

그 말속에는 늘 아버지의 목소리가 섞여 있다.

“그리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안에서 더 단단한 이름으로 자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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