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에 대하여(1)

말로 하지 않아도 남은 것-아버지가 남긴 삶의 태도

by 황희종

아버지는 말수가 적은 분이었다.
나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보다,
‘사람답게 살아라’는 말을 더 자주 하셨다.
그러나 그것조차 많지 않았다.
아버지는 말보다 행동으로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새벽이면 마을의 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셨고,
아침밥을 지은 어머니 곁에서
묵묵히 들일 준비를 하셨다.
그 모습은 늘 일정했다.
하루의 시작을 성실하게 맞이하는 일,
그것이 아버지의 철학이자 습관이었다.

가난했던 시절,
아버지는 자신의 옷보다 자식들의 교과서를 먼저 챙기셨다.
낡은 고무신을 꿰매 신으면서도
단 한 번 불평하지 않으셨다.
당시에는 그 모습을 그저 ‘어른이니까 당연한 일’로 여겼지만,
이제 와 생각하면 그것이야말로
말없는 교육, 침묵의 사랑이었다.

세월이 흘러 나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공직자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건,
결코 화려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일상이었다.
서류 위의 원칙보다,
사람과의 신뢰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도
그분의 삶이 내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에게 한 번도 ‘성공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 대신 정직하게 살라고 몸으로 보여주셨다.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분의 이름은 부끄럽지 않았다.
가난했지만 깨끗했고,
힘들었지만 성실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분의 손끝을 기억한다.
겨울이면 아버지는 나를 위해 팽이를 깎고 연을 만드셨다.
그 팽이는 한 치의 비뚤어짐도 없었고,
그 연은 언제나 다른 아이들 것보다 더 높이 날았다.
그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마음의 본보기였다.
그 정성이 훗날 내 삶의 기준이 되었고,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그때 이미 배웠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큰 말이 아니라
묵묵히 지켜낸 하루하루의 태도라는 것을.
아버지의 말없는 하루는
시간이 지나 내 삶의 기준이 되었고,
어떤 자리에서도 나를 바로 세워주는 내면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어려운 결정을 앞두면
나는 마음속으로 그분께 묻는다.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그 질문이 나의 나침반이고,
그 대답이 나의 품격이 되었다.

“진짜 가르침은 말이 아니라,
평생을 걸쳐 보여준 한 사람의 태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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