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꿈이 교차하던 교정에서

그럼에도 배움을 포기

by 황희종

1971년, 군북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특별반’에 배정되었습니다. 좁은 방이지만 책상 하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그 작은 변화가 내게는 세상을 품은 듯한 기쁨이었습니다.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고, 나는 ‘꾸준함과 성실함만으로도 길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을 흔드는 시련이 곧 닥쳤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병환으로 쓰러지셨고, 긴 시간 자리에 누워 계셨습니다. 겨우 회복 기미가 보이던 순간, 이번에는 아버지가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그리고 끝내 일어나시지 못한 채 이듬해 봄, 마흔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린 내게 너무나 이른 이별이었고, 나는 그 절망 앞에서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한 채, 그저 버텨야만 했습니다.

삶은 더 가파른 언덕이 되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 어린 나이에 무거운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단호한 한마디가 내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너는 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에서 포기할 수 없다. 내가 어떻게 하든지 공부를 시켜주마.”
그 말씀은 내 안에 굳건한 닻이 되어 주었습니다. 다시 교과서와 공책을 붙잡았고, 공부는 슬픔을 잠시 잊게 하는 유일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운동장은 또 다른 교실이었습니다. 군북중학교 대표로 육상에 나서며 달리는 순간만큼은 가난도 두려움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군 대표 선발전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어 도 대표 선발전까지 올라갔지만, 마지막 결승에서 아쉽게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은 내게 귀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결과는 비록 실패였지만, ‘끝까지 도전한 과정이 이미 승리’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습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심화반’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던 내 책상 위에, 어느 날 참고서 꾸러미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름도 없는 쪽지 한 장 ―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 익명의 손길은 나에게 세상의 따뜻함을 일깨워 주었고, 나는 다시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은 내 삶에서 가장 많은 눈물과 동시에 가장 큰 희망을 안겨준 시간이었습니다. 절망 속에서 버틴 기억, 운동장에서 흘린 땀, 그리고 친구들의 조용한 연대는 지금도 내 삶을 지탱하는 뼈대가 되어 있습니다.

마무리 질문

당신의 삶에도 ‘포기하지 않게 만든 단 한마디’ 혹은 ‘익명의 손길’이 있었나요? 때로는 그 작은 위로가 인생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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