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유년기와 청년기에 남겨진 어머니의 말과 행동
어머니의 가르침은
어떤 한 해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1972년은 분명 삶의 방향을 바꾼 해였지만,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 어머니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갔다.
어머니는 “이렇게 살아라”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건 네가 판단할 일이다”라고 했다.
결정을 대신해 주지 않았고,
실패를 미리 막아주지도 않았다.
다만 선택의 결과를
함께 감당해 줄 준비만은 늘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묻지 않았다.
성적표를 들여다보며
비교하거나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밥을 차려 놓고
“배고프지?”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무심함 속에서
나는 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머니 앞에서만큼은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고,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말보다 삶으로 지켜보는 시선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청년기로 접어들면서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말 대신
“그래도 사람답게 살자”라고 했다.
그 말에는
성공하라는 조급함도 없었고,
앞서가라는 재촉도 없었다.
다만 어떤 자리에 있든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무거운 기준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늘 한 발 물러서 있었다.
앞에서 끌지도 않았고,
뒤에서 밀지도 않았다.
등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넘어지면 일어날 시간을 주었고,
걸어갈 수 있을 때는
아무 말 없이 보내주었다.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내 삶의 중요한 선택들에는
어머니의 말보다
어머니의 태도가 남아 있다.
쉽게 화내지 않는 법,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법,
힘들수록 말을 아끼는 법,
그리고
책임은 결국 스스로 짊어지는 것이라는 깨달음.
어머니는
나를 보호하는 대신
나를 믿는 쪽을 택했다.
그 믿음이
나를 유년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지금의 나로
조용히 밀어 올렸다.
나는 이제야 안다.
어머니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재산도, 말도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준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