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시간은 그렇게 나에게 흘러왔다

1. 멀어질수록 더 가까워지던 마음

by 황희종

어머니의 삶은 늘 나를 향해 있었지만,
그 마음은 가까이 있을수록 잘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의 시간은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쉼 없이 흘러갔다.
나는 자라났고,
어머니는 버텼다.


경제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었지만
어머니는 늘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상황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자식을 향한 다짐에 가까웠다.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어머니 곁을 떠났다.
마산에서의 자취 생활은
어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는 첫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어머니의 마음은 더 또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자주 오지 않았다.
대신, 가끔 다녀간 흔적만 남기고 갔다.
말없이 정리된 방,
조용히 놓여 있던 먹을거리,
그리고 “몸 상하지 말아라”라는 짧은 말.


어머니는 늘 한 발 뒤에 있었다.
앞으로 나서지 않았고,
기대지 않았다.
그저 내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의 시간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어머니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직장, 일,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내려가지 못했고
그때마다 마음 한쪽에
작은 미안함이 남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리적으로 멀어질수록
어머니는 더 가까운 존재가 되어갔다.


선택의 순간마다
‘어머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렸고,
버텨야 할 순간마다
말없이 견디던 그 등을 떠올렸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 나를 붙잡지 않음으로써
나를 키워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식이

나의 삶 속에서
조용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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