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by 황희종

공직의 자리에는 언제나 권한이 따른다.

결정할 수 있는 힘, 지시할 수 있는 권한,

때로는 침묵으로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까지.

그 힘은 제도를 통해 부여되지만,

그 사용법은 전적으로 사람의 몫이다.

권한은 흔히 행사의 대상으로 오해된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공직에서의 권한은

행사보다 절제가 먼저다.

권한을 쓸 수 있다는 사실보다

쓰지 않아야 할 순간을 아는 감각이

더 큰 품격을 만든다.

나는 공직의 여러 자리에서

권한을 끝까지 움켜쥐는 장면과

스스로 내려놓는 장면을 모두 보아왔다.

끝까지 움켜쥔 권한은

처음엔 결단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직의 숨통을 조인다.

다른 의견은 사라지고,

책임은 위로 쌓이며,

결과의 무게는 결국 더 커진다.

반대로 권한을 내려놓는 선택은

약해 보일 수 있다.

결정을 미루는 것처럼 보이고,

리더십이 흔들리는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 조직에는

다른 목소리가 살아난다.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책임을 피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의 범위를 넓히는 일에 가깝다.

혼자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함께 감당하겠다는 약속이며,

결과를 나누겠다는 선언이다.

이 선택은

입신양명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의 성과는 흐려질 수 있고,

이름은 덜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직은 남는다.

리더의 자리는

무엇을 더 얻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권한을 사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결심,

조직의 이름 뒤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용기,

그 절제가 공직의 신뢰를 지킨다.

나는 점점 이렇게 믿게 되었다.

권한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권한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공직자의 품격은

권한이 많을수록 더 시험대에 오른다.

그때마다 묻게 된다.

지금 이 선택은 나를 남기는가,

아니면 조직을 남기는가.

이 질문 앞에서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다면,

그 순간 이미

공직의 품격은 지켜지고 있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지금 가진 권한 가운데

하나를 내려놓아도 될 순간은 언제입니까?

그 선택이

당신을 줄이는 일입니까,

아니면

조직을 지키는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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