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품격》공과 사의 경계를 지키는 절제

by 황희종

공직의 품격은

큰 결단의 순간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는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선택의 순간마다 시험대에 오른다.

그 중심에는 늘

공과 사의 경계가 있다.


공직의 자리는

개인의 삶과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가족을 두고,

관계를 맺고,

사적인 이해와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문제는

그 사적인 영역이

공적인 판단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다.

나는 공직 생활 동안

“이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선의라는 명분으로,

개인적 호의라는 말로

공과 사의 경계는 조금씩 흐려졌다.


그 흐려짐은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반드시 문제가 자라난다.


공직자의 절제는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욕심이 있음을 알기에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고,

받아도 될 것 같아 보이는 것은 거절하며,

설명하기 곤란한 선택은 애초에 하지 않는 태도

이 절제는 법률 조항보다 앞서고,

규정 해석보다 먼저 작동해야 한다.


공과 사의 경계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공직은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고,

회복에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공직자의 품격은

무엇을 얻었는가로 판단되지 않는다.

무엇을 넘지 않았는가로 기억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켰는지,

사적인 이익 앞에서 멈출 수 있었는지,

공적 판단을 흐리는 유혹을 물리쳤는지

이 질문에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공직의 무게를 감당한 사람이다.


나는 점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공직에서의 절제는 스스로를 제한하는 행위가 아니라,

공적 신뢰를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권한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위에,

공과 사의 경계를 지키는 절제가 더해질 때

공직의 품격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최근,

공과 사의 경계 앞에서 조금 더 편한 선택을 하려다

스스로 멈춘 순간이 있었습니까?

그 절제는

당신을 손해 보게 했습니까,

아니면

공직을 지키게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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