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의 품격은
큰 결단의 순간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는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선택의 순간마다 시험대에 오른다.
그 중심에는 늘
공과 사의 경계가 있다.
공직의 자리는
개인의 삶과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가족을 두고,
관계를 맺고,
사적인 이해와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문제는
그 사적인 영역이
공적인 판단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다.
나는 공직 생활 동안
“이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선의라는 명분으로,
개인적 호의라는 말로
공과 사의 경계는 조금씩 흐려졌다.
그 흐려짐은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반드시 문제가 자라난다.
공직자의 절제는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욕심이 있음을 알기에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고,
받아도 될 것 같아 보이는 것은 거절하며,
설명하기 곤란한 선택은 애초에 하지 않는 태도
이 절제는 법률 조항보다 앞서고,
규정 해석보다 먼저 작동해야 한다.
공과 사의 경계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공직은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고,
회복에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공직자의 품격은
무엇을 얻었는가로 판단되지 않는다.
무엇을 넘지 않았는가로 기억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켰는지,
사적인 이익 앞에서 멈출 수 있었는지,
공적 판단을 흐리는 유혹을 물리쳤는지
이 질문에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공직의 무게를 감당한 사람이다.
나는 점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공직에서의 절제는 스스로를 제한하는 행위가 아니라,
공적 신뢰를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권한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위에,
공과 사의 경계를 지키는 절제가 더해질 때
공직의 품격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최근,
공과 사의 경계 앞에서 조금 더 편한 선택을 하려다
스스로 멈춘 순간이 있었습니까?
그 절제는
당신을 손해 보게 했습니까,
아니면
공직을 지키게 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