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품격》 책임을 나누지 않는 용기

by 황희종

공직의 세계에서

책임은 늘 중요하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책임은 종종 나뉘어진다.

회의록에는 여러 이름이 올라가고,

보고서는 공동의 결과가 되며,

결정의 흔적은 희미해진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자연스럽게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책임을 나누는 문화는 처음에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한 사람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고,

조직 전체가 함께 결정했다는 안정감도 준다.

그러나 그 나눔이 책임의 회피로 바뀌는 순간,

공직의 품격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모두의 책임은 결국 아무의 책임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직 생활 동안

이 장면을 수없이 보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말한다.

“여러 부서가 함께 결정한 사안입니다.”

또 다른 이는 말한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이 말들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말들만으로는 조직을 지킬 수 없다.


공직에서 진짜 필요한 말은 다른 데 있다.

“최종 판단은 제 책임입니다.”

책임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은 혼자 모든 짐을 지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부정하는 일도 아니다.

그것은

결정의 마지막에 설 사람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는 태도다.


논의는 함께 했더라도,

검토는 여러 사람이 했더라도,

결과 앞에서는 누군가는 반드시 한 걸음 앞으로 나와야 한다.

그 한 걸음이 조직을 살린다.

책임을 나누지 않는 용기는 용감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 불리한 결과를 떠안아야 하고

●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으며

침묵하는 다수 앞에서 홀로 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 조직은 중심을 잃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안다.

이 조직에는 마지막에 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공직의 품격은

책임을 공평하게 나누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책임을 피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그 태도는 조직에 두 가지를 남긴다.

● 신뢰

● 그리고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

책임을 나누는 조직은

다음 선택 앞에서 더 조심스러워지고,

책임을 끌어안는 조직은

다음 선택 앞에서 더 단단해진다.

나는 점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공직에서의 리더십은

결정을 많이 하는 능력이 아니라,

결정의 결과를 자기 이름으로 감당할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그 용기가 있을 때 조직은 비로소

공적인 판단을 계속할 수 있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최근에 내린 결정 가운데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그 책임은

지금 누구의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까?

그리고 그 결과 앞에서

당신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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