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품격] 결정을 미루지 않는 태도

by 황희종

공직에서 결정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정보는 늘 불완전하고, 이해관계는 얽혀 있으며,

결정의 결과는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남깁니다.

그래서 많은 결정이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 뒤로 미뤄지곤 합니다.


그러나 리더의 자리에서

늦은 결정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결정을 미룬다는 것은

중립을 지키는 일이 아닙니다.

신중함과 회피는 전혀 다른 태도입니다.

신중함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모으고,

판단의 기준을 분명히 한 뒤

정해진 시점에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반면 회피는 결정이 가져올 책임을 두려워해

시간 뒤로 넘기는 행위입니다.

그 사이 문제는 커지고,

조직은 방향을 잃습니다.

공직의 현장에서

“조금만 더 보자”는 말이

문제를 해결한 경우보다

문제를 키운 경우를 더 자주 보아 왔습니다.


판단을 미루는 동안 현장은 혼란에 빠지고,

명확한 메시지가 없자 각자의 해석이 난무하며,

결국 더 나쁜 조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늘 같았습니다.

차라리 그때 결정했더라면.


리더의 결정은 항상 옳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결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결정에는 수정의 여지가 있지만,

미뤄진 결정에는 되돌릴 기회조차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결정보다 적시에 내리는 결정입니다.


결정을 미루지 않는 태도는 독단과 다릅니다.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충분히 듣되,

끝없이 기다리지 않고,

책임질 수 있는 시점에

판단을 내리는 용기.


그 용기가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늦은 결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리더 자신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방향을 알지 못한 채 일하는 직원들,

기준 없이 흔들리는 조직,

불확실성 속에서 지쳐가는 구성원들.

리더의 망설임은

현장의 부담으로 전가됩니다.


그래서 결정의 지연은

배려가 아니라 책임의 유예에 가깝습니다.

나는 점점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리더십은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결정의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라는 것을.

결정이 틀렸다면 고치면 됩니다.


그러나 결정을 미뤘다면

그 책임은 더 무겁게 돌아옵니다.

공직자의 품격은

결정의 결과로만 평가되지 않습니다.

결정 앞에서 어떤 자세로 서 있었는가로 남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판단을 내려야 할 자리에 서 있는지,

아니면 시간을 방패로 삼고 있는지.

그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태도,

그것이 리더의 품격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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