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현대사회 속 부부를 위해
나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왔는가?
30년이라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람은 크고 작은 선택을 경험하게 된다. 그중에는 '오늘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까', '오늘 어떤 옷을 입을까?'라는 가벼운 선택도 있지만 '나는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가', '나는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할 것인가'라는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무거운 선택도 있다. 내가 겪었던 무거운 선택의 순간을 돌이켜보면 크게 연애, 진로, 취업이 있었다. 정답이 없는 그 선택의 순간을 위해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였고, 주변인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거나, 여러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였다. 왜냐? 실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결정을 하고 난 뒤에는 항상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며 "그래, 내 선택은 옳았어."라는 확신을 얻었다. 때로는 지인에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칭찬과 부러움을 받았고, 대화를 통해 얻었던 고양감이 나의 삶에 큰 활력이 되었다.
그러던 20대 후반의 어느 날,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을 때 나는 주체적이었는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른 이 생각은, 나에게 깊은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여태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은 대개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기보다는, 그저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방식을 따라갈 뿐이었다. 그제야 내가 왜 매번 타인을 통해 인정받고자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의사결정은 나만의 논리와 철학이 없는 텅 빈 껍데기 같은 선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수가 옳다고 하는 방식이 무조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다수에게 인정받아야지만 내 삶이 가치 있다고 느꼈었다.
과거에 "왜 그렇게 결정했어요?"라는 질문에 항상 "다 그렇게 하잖아요?" 혹은 "보통 이렇게 결정하니까요."라고 대답하던 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아, 나 자신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지금부터라도 내 삶은 스스로의 생각과 고민을 통해 결정해 나가리라. 그렇게 나는 내가 결정한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당장 놓인 선택의 갈림길은 '자녀계획'이다.
불안이 높은 시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감일까?
오늘날 우리는 큰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각종 범죄 뉴스와 전쟁, 양극화 현상 그리고 수많은 혐오 논란으로 인해 사람 간 불신이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음식 관련해서도 원재료의 출처나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그 속에서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똑똑해져야 한다. 경제학에서 나오는 합리적인 인간처럼, 결정을 내릴 때 타당성과 경제성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하다. 그러다 보니 '자녀계획'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가장 먼저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게 된다. 전해 듣거나 상상만 해볼 수 있는 '아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비교적 추상적인 반면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돈과 노력'이라는 단점은 실제로 계산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현실적이고 구체화된 단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책임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책임감'이라는 표현을 필수로 사용한다. 길게는 20년 가까이 같이 살게 될 가족을 들이는 일이고,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들여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80년 이상을 곁에서 보낼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적게 논의가 되고 있다. 아니,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해야 할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곤 한다. 실제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아이 계획'과 관련된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가 굉장히 어렵다. (신혼부부 대상 교육은 대부분 재테크 이거나, 임신 중 부부를 상대로 진행된다.)
아이를 낳는 일은 나에게는 단점도 많고 책임감도 큰, 힘겹고 버거운 일로 보였다.
불안하다. 부담스럽다. 아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나는 두려워졌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자녀계획은 나에게 있어서 큰 선택의 갈림길이었고, 얼른 결정을 내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녀계획을 결정할 때 세상이 정한 이유보다는 나만의 이유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단 자료를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무지함으로부터 오는 거대한 두려움이 나를 감싸 안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음으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나갈 것인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부모는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등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하나도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었다. 그래. 공부를 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 개월간 자료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나만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 고민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다면,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조사내용을 일부 업로드 했었는데, '아이를 왜 낳아야 하나요'와 같은 검색어로 유입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멋진 글솜씨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내가 알아본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 조각글 모음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아이 낳기를 고민하는 부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작성하지만, 저는 출산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존중합니다. 이 글은 아이 낳기를 고민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저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누가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논쟁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단지 이 글이 아이를 낳는 것에 부정적인 우리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시야를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