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경험을 대하는 태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가족끼리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집 근처 쇼핑몰을 방문했다. 엘리베이터는 단 두 대뿐이었기에 엘리베이터 앞에는 대기줄이 꽤나 길게 늘어졌다. 우리는 유모차가 있었기에 공간이 꽤 필요했고, 순서에 맞춰 기다리고 있었다.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렸는데, 내 뒤에 있던 가족이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밀고 들어갔다. 자칫하면 유모차를 실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라, “저희가 먼저 왔는데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다행히 유모차를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직후 불쾌한 일이 벌어졌다. 뒤따라 들어오던 가족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내 어깨를 치며 들어오더니, “다 탈 수 있네”라며 반말을 내뱉었다. 나는 그게 나를 향한 말이었다는 것을 곧 깨달았지만, 더 이상 분위기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날 쇼핑몰을 다니는 내내 기분이 풀리지 않아, 남편에게 긴 시간 동안 툴툴거리며 불쾌했던 마음을 쏟아냈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한 트럭 운전자의 과한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 운전자는 경적을 미친 듯이 울려댔고, 그 때문에 남편도 분노와 억울함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상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길이었다. 남편이 그 일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았기에 금방 잊어버렸다. 남편은 속으로는 굉장히 불편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바깥으로 꺼내봤자 결국 가족들만 기분이 나빠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긴장된 분위기에 나도 약간 얼었었지만, 남편의 배려 덕분에 여행에 집중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전에 버스를 타고 갈 때, 다른 운전자를 향해 큰소리로 욕하던 버스 기사를 보며 불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욕설을 듣는 승객의 입장에서 기분이 더 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해되지 않았던 버스 기사와 나의 행동이 겹쳐 보였다. 쇼핑몰에서 겪은 불쾌한 일을 털어내기 위해 툴툴거렸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나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내 끊임없는 푸념은 가족의 기분을 계속해서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지나침에서 시작된다. 속상한 마음을 어느 정도 표현한 뒤에는 얼른 감정을 정리하고, 당장 내 주변에 집중해야 한다. 불쾌한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 순간을 반복해 상기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 소중한 사람들을 신경 쓰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날 나들이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시작되었다. 그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가족의 행복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나는 이제 어엿한 한 가정의 엄마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내 감정을 잘 조절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