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개성을 보이는 영역은 따로 있다
“유행이라고 모두가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개성을 살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선택하세요.” 편안한 신발을 찾기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던 중, 이 말을 들은 순간 모든 감각이 멈춘 듯했다. 마치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단순히 “개성을 살려라”라는 메세지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생각이, 사실은 굉장히 잘못된 방식이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다. 옷은 그저 깔끔하게 입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한창 멋을 부리던 대학생 시절에는 디자인을 우선으로 고르곤 했지만, 막상 신어보면 불편해 손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험이 쌓여 아이를 낳게 된 이후에는 ‘신발은 무조건 편안함’이라는 기준이 생겼다. 그래서 매장에 진열된 수많은 신발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다수가 추천한 제품을 골랐다. 이런 과정을 통한 구매 결과는 실제로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새로운 신발이 필요할 때면, 유튜브를 먼저 켜서 요즘 제일 많이 신는 신발을 검색한다.
그런데 자신의 개성을 살리라는 유튜버의 한마디에 내 모든 행동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혹시 내가 이 신발을 신으면, 단순히 남들을 따라 유행만 좇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걸까? 순간 자존심이 상했고, 괜히 다른 신발을 골라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곧 마음이 정리되었다. 나는 지금 나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발이 편한 신발을 찾고 있었을 뿐이다. 거기에 시간을 더 쓰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추천받은 신발을 샀고, 지금도 만족스럽게 신고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개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개성이란 ‘내면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왜 그런지 묻고, 스스로 납득한 뒤 내 방식대로 행동하는 힘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당연하게 여겨진 것들을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답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육아에서도 개성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수백, 수천 가지의 선택이 쏟아지는데, 그때마다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는 결국 부모의 가치관, 즉 가정의 개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기준이 없다면,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육아 정보에 흔들리며 부모의 행동은 일관성을 잃고, 아이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는 비단 육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 가족,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도 나만의 개성이 없다면, 결국 남의 방식을 흉내 내는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고백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는 사람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그 사람이 이유없이 유행을 따르면 ‘자기 생각 없이 따라가는 사람’이라 단정 지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 사람마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성장하는 방식은 다르다는 것을. 나는 육아라는 영역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세워가고 있지만, 어떤 이는 신발을 고르는 과정에서, 또 누군가는 요리나 그림 같은 영역에서 나다움을 발견한다. 중요한 것은 매개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느냐의 문제다. 겉모습이나 한 단면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정작 나는 바르지 못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가진 개성은 무엇인지, 그 사람이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무엇인지 더 알고 싶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상상만해도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