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올 때면 떠오르는 너
안녕, OO아.
네가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나를 바라보던 너의 따뜻한 눈빛을 떠올릴 때마다 어김없이 눈물이 흘러.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네 덕분에 책임감이란 무엇인지 배우고,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인내하며 아껴줄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
그날, 네가 갑자기 아파하며 내 곁을 일주일 만에 떠나버렸던 그날. 나는 너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빠져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울었어. '혹시 나에게 걸림돌처럼 느껴 빨리 가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어. 당시 내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기에, 내가 은연중에 너에게 그런 모습을 내비쳤을까 봐, 그래서 더 빨리 가버린 걸까 봐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지. 너와 함께하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걱정했던 마음이, 내 눈빛에서 흘러나와 너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그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어. 많이 상처받았었지. 미안해. 하지만 널 미워하거나 싫어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같이 이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이었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어. 너는 그런 나를 전혀 탓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에게 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게끔 네가 떠나기 전 나에게 온전히 시간을 내주었다는 것을. 난 기억해. 네가 떠나기 전 날, 병원에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할 수 있었지. 너는 그저 나에게 기댄 채 나만 바라보고 있었지. 마지막 날, 너에게 약을 주는 그 순간까지, 너는 나에게 ‘괜찮아, 네가 해준 걸로 충분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 그 따뜻함 덕분에 나는 평생의 죄책감 대신, 평생의 고마움을 품게 되었어. 맞아, 지금 보면 너는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해주고 있었던 것 같아.
네가 떠나고 두 달이 넘도록 울었어. 그런 내가 걱정되었는지, 내 꿈에 나타나주었지? 고마워. 내가 염원하던 천국이라는 장소에서, 너는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어. 우리 가족의 형상을 띈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그곳을 즐기고 있었지.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하고 또 평화로워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두 눈에서는 주룩주룩 행복한 눈물이 흘렀어. 그리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 아, 울고만 있을게 아니다. 네가 걱정할 수도 있으니까 열심히 살아야겠다. 지금도 여김 없이 네가 떠난 가을이 찾아오면 눈물이 흘러나와.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도 찬 바람을 맞으면, 네가 사무치도록 보고 싶어져. 너를 쓰다듬고, 너를 안아주고 싶어져.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져. 그렇게 너를 추억하다 마지막으로는 항상 네가 인사해 준 그 꿈을 떠올려. 그러곤 다시 힘을 내서 일상으로 돌아가. OO아, 네가 그때 나를 찾아와 준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 고마워.
네가 떠나고 남은 빈자리에는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어. 웃을 때 나를 많이 닮은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리고 너처럼 밝고 활발하고, 나를 보는 두 눈이 정말 따뜻해. 아, 그거 알아? 내가 이 아이를 품고 있는 동안, 너처럼 하얗고 몽실몽실한 존재가 나오는 꿈을 꿨어. 환한 빛이 나는 것처럼 따뜻하고 밝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어. 내가 두 손을 펼치니까 내 품으로 달려와 와락 안기더라. 마치 네가 다시 내게 온 것처럼 느껴졌어. 지금도 내 옆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우리 아기를 볼 때마다 문득문득 너를 떠올려. 탐험심이 강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너처럼 사과를 좋아해서 제일 처음 이해한 단어가 사과일 정도로 똑똑하고 귀여운 아기야. 너와 함께하며 미숙하게 배워나갔던 사랑을, 이제 이 아이에게 아낌없이 듬뿍 주고 있어. 나중에, 아기가 조금 더 크면 네 이야기도 해줄게.
OO아, 잘 지내고 있지? 언젠가 나도 그곳에 닿으면, 우리 만날 수 있겠다. 그때,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 재미난 시간을 보내자. 심심할 때면, 내가 어떻게 열심히 살고 있는지 구경도 하고, 가끔씩은 꿈에도 놀러 와줘. 고마워, 나를 사랑해 줘서. 그리고 나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줘서. 보고 싶어. 언제나, 너를 사랑해.
사랑을 담아, 너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