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를 차면 왠지 모르게 세련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알림을 재깍재깍 받을 수 있었고, 회의 중 전화가 오면 손목 위에서 조용히 끌 수도 있었다. 이 시계를 차고 있는 나는 빠릿빠릿하게 일하고, 시간을 쪼개 계획하며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스스로도 그런 내가 꽤나 빛나 보이고 좋았다.
하지만 수시로 울리는 알림과 메시지는 내 집중을 자꾸만 끊어 놓았다. 육아를 하는 중에도 손목에 느껴지는 진동에 무의식적으로 애플워치를 들여다보게 됐다. 내 품에 안겨 있던 아기는 내 시선을 따라 애플워치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때부터였다. 이대로 애플워치를 계속 차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은.
애플워치가 너무 자극적인 기계처럼 느껴졌다. 애플워치를 차고 똑부러져 보이던 나는 사라지고, 수많은 알림에 반응하는 흐리멍텅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핸드폰은 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늘 손목에 묶여 있는 시계는 달랐다. 앱 푸시 알림, 메시지 알림, 몸 상태 알림까지—원치 않는 알림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도착했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하나하나 알림을 끄기 시작했다.
수신을 허용하는 과정은 대개 클릭 한 번이면 끝나는데, 차단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앱마다 설정에 들어가 알림을 끄고, 광고 메시지는 하단에 적힌 수신 차단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야 했다. 과장해서 마약이랑 비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림 지옥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과정이 유독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시계를 왜 차고 있었지? 차지 않으면 어떤 단점이 있을까? 알림을 못 받는 것? 그렇다면, 내가 그 알림을 즉각 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늦게 확인하면 문제가 될만한게 있을까?
결국 애플워치를 풀었다. 더 이상 내 손목에서는 알림이 울리지 않았다. 핸드폰도 멀리 두었다. 그렇게 나는 답장을 조금 늦게 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내가 집중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