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씨앗이 싹트는 순간

기다림 끝에 찾아온 작은 기적

by 조이버스

아기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또다시 기둥에 팔이 끼였다. 최근 한 달간 반복되는 상황은 아기에게도 엄마에게도 이젠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끙끙 힘을 주다 빠져나가지 못한 아기는 매번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옆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팔을 빼내주었다. 그러고는 항상 설명을 덧붙였다. “팔을 살짝 구부려보자.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빠질 수 있어.” 그 말을 아기가 얼마나 이해했을까 싶으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아기의 눈을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그저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힘을 기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날도 같은 일이 반복되리라 생각했다. 아이는 팔이 끼인 채로 도와달라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도와줘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 더 기다려볼까. 난관에 부딪힌 아이를 바라보며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직 6개월도 안 된 아기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닐까. 그렇게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지, 팔을 살짝만 구부려보자.” 그 순간 정말 놀라운 순간이 펼쳐졌다. 아기는 무작정 앞으로만 가던 움직임을 멈추고 고민하더니 —정말 잠깐, 아주 짧은 순간 망설이다가— 몸을 비틀며 팔을 빼내는 것을 시도하고 있었다. 아기는 몇 번을 끙끙거린 끝에, 힘찬 배밀이와 함께 빠져나왔다.


이 작은 아이가,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다니. 그동안 내가 건넸던 격려와 응원의 말이 조금씩 이 아이의 안 어딘가에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보이지 않던 씨앗이 어느 날 갑자기 싹을 틔우듯이 말이다. 묘한 뿌듯함이 찾아왔다. 아이가 내 도움 없이 무언가를 ‘혼자’ 해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뜻깊은 순간에 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기란 존재도 하나의 온전한 개체이다. 작고 행동이 서툴러도, 그 안에는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아기가 무언가에 막혀 울음을 터뜨릴 때도 나는 곧장 달려가 도와주기보다, 곁을 지켜주며 기다리는 편이다. 간혹 그런 나의 태도에 대해 주변에서 걱정 섞인 말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오늘, 아이가 스스로 해낸 그 작은 기적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적어도 이 아이에게는 내가 선택한 방향이 옳았다는 것을. 앞으로도 나는 아이에게 묵묵히 기다리며 믿어주는 부모로 남고 싶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하나의 ‘팀’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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