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하나를 포기하면서

선택의 순간,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힘

by 조이버스

아기를 키우면서 계획을 세우는 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날도 그랬다. 유모차를 끌고,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날이었다. 친구 집 근처에는 백화점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꼭 들를 생각이었다. 바꿔야 할 옷이 있었고, 무엇보다 거기서만 살 수 있는 빵을 사기 위해서였다. 좋아하는 빵집인데 평소에는 가기가 힘들어서, 남편과 나는 전날부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계획한 대로 일정을 보내기는 쉽지 않았다. 신나게 놀던 아기는 생각보다 길게 낮잠을 잤고, 깬 뒤 이어진 수유가 출발 시간을 늦췄다. 그러다 보니 시계는 어느새 5시를 가리켰고, 평일인지라 지하철역에도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들고 있었다. 서둘러 집에 가지 않으면 퇴근 시간인 6시가 되어 지하철이 만원이 될 게 뻔했다. 그 안에서 유모차를 끌고 낯선 사람들 속에서 애써야 할 나와 아기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솔직히, 무리하면 갈 수 있었다.

아기가 조금 불편하면 내 욕심은 다 이룰 수 있었다. 빵도 사고, 옷도 바꾸고... 계획대로 움직이는 깔끔한 하루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해서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욕심대로 움직이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걸 잠시 내려놓고 집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안전하고 조금 더 평온한 길. 퇴근한 남편에게는 기대했던 빵을 못 사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 눈앞에는 빵이 계속 아른거렸지만, 아기가 집까지 편안하게 잘 도착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애써 마음을 달랬다.


며칠 뒤, 정말 뜻밖의 순간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함께 집 근처 쇼핑몰에 놀러 갔을 때, 그렇게 먹고 싶었던 빵집이 그곳에 팝업스토어를 연 것이었다. 남편과 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품에 한가득 원하던 빵을 살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 빵이 무엇보다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이번 일을 통해 나는 배웠다. 선택의 순간,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킬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걸.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소중한 것을 중심에 두고 살다 보면, 한때 놓았던 것들이 우연히 선물처럼 다시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그날 내 선택은 아기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와 아기의 행복을 지켜줬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달콤한 기쁨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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