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요, 슬퍼요… 이 말들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이유
‘무서워요’, ‘슬퍼요’, ‘화가 나요’, ‘싫어요’.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문득 한가득 적혀 있는 부정적인 감정 표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글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왜 이 책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가르쳐줄까? 행복해요, 즐거워요, 신나요, 재미있어요… 예쁜 표현이 얼마나 많은데. 긍정적인 말을 많이 들어야 아이가 더 밝게 자랄 거라고 믿었기에, 속으로 투덜거렸다. 살아오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늘 ‘긍정의 힘’으로 버텨왔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이런 부정적인 단어들이 눈에 밟혔다. 결국 책을 슬쩍 뒤로 밀어두고, 다른 책을 읽어주었다. 아기의 세상은 행복으로만 가득 차 있길 바라면서.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모든 부모의 소원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가 읽는 아동용 책에 부정적인 감정이 잔뜩 적혀 있는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는 이전부터 읽어오던 김붕년 선생님의 『아이의 뇌』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성인과 달리 아이들의 우울증이 잘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심지어 청소년까지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정 표현의 미숙. 그것이 내가 찾은 해답이었다.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기쁨이나 행복은 몸과 마음이 편하고 표현 방법도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반대로 무서움은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리는 신체 변화와 함께 찾아오고, 화는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가빠지며 나타난다. 이런 복합적인 신호를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하는 건 아이에겐 어려울 뿐더러, 이 감정을 불안하게 여기면서 피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나 장난감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야 대처할 수 있으니까.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그냥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 뿐이었다. 모든 감정은 소중하다.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고, 그래야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다. 문득, 한때 ‘긍정의 힘’에 기대 힘든 줄도 모르고 내 몸을 혹사했던 내가 떠올랐다. 쉬는 순간마저 자책하며 괴로워했던 나. 아이에게만큼은 그런 버릇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뒤로 밀어두었던 책을 다시 꺼냈다. 나는 예시를 들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이럴 땐 무서울 수 있어”, “이럴 땐 화가 날 수 있지”. 아이가 다양한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안전하다고 느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