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학교를 다니면서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생각은 정말 웃기다. 2022년의 내가, 2023년의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인간은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한 번 더 느꼈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2023년 시작이 너무 힘들어서, 뭐라도 하면서 이 고통을 잊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꾸준히 쓰지는 않았지만 시작이라도 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덕분에 2023년의 끝자락, 나만의 공간에 글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초반 1-2월은 왜 이렇게 일들이 잘 풀리나 싶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이 척척 풀리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인간관계도 크게 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고 있었다. 이 정도로 행복해도 되나 싶었다. 3월 초까지. 하지만 병원 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잘 풀리는 줄 알았던 인간관계도 안 좋게 끝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상황들로 초반에 느꼈던 행복감은 우울함으로 바뀌었다. 여러 일이 동시에 터져버렸던 3월 말에서 4월 초, 문득 방안에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처음으로 친구들이랑 전화하다가 울었다. 본인은 스스로를 상여자라고 여겨서 남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런 신념이 무너질 정도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스스로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고, 마지막 수능 이후로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잃지 않았던 것은 특유의 '밝음'이었는데 이것도 잃어가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이 휴학하는 게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다. 휴학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늦게 입학해서 쉼 없이 달리기만 하려는 나의 계획을 헤치는 무서운 단어였다. 병원에서 휴학하라는 말, 주변에서 휴학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생각하면 기특하면서도, 말리고 싶은 생각을 하나 했다. 내 일상의 이벤트를 하나씩 만들자. 그래서 나는 브런치도 시작하게 되었고, 수업 발표에서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이것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마지막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이 아닐까. 현재의 본인에게 제일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1학기는 과 내에서는 다소 힘들게 다녔다. 쉽게 말하면 적응을 못했다. 딱히 친한 사람도 없고, 본격적으로 듣게 된 전공과목 점수들은 처참했다. 이때 나를 살린 것은 타과 전공과목과 교양 수업이었다. 이 두 수업을 듣는 날은 웃으면서 등교를 했던 것 같다. 2학년에 올라와서 나와 상관없는 타과 전공과 이미 학점을 다 채운 교양 과목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오직 수강한 이유는 교수님들이 너무 좋고, 배우고 싶은 분야라는 점이다. 평소에는 완전한 p이지만, 나와 관련된 미래 계획에 있어서는 파워 j인 내가, 즉흥적으로 선택한 과목들이다. 아마 이 과목들이 없었다면 1학기 때는 웃음을 잃고 다녔을 것 같다. 수업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마음이 맞는 사람도 몇 명 만났기 때문이다.
'제발 1학기가 빨리 종강하게 해 주세요'라며 학교를 다녔다.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 걸까. 생각보다 종강은 빠르게 찾아왔다. 종강을 하고 아름이와 둘이서 소소한 종강모임을 할 때였다. 이모부한테 문자가 왔다. '몽골 여행을 계획 중인데 너도 같이 갈래?'라고. 보자마자 실제로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런 제안을 해준 이모부한테 너무 고마웠다. 우리 부모님이 내 몸이 안 좋은 걸 알고 내가 멀리 여행 가는 것을 안 좋아한다. 그런 것을 알고 이모부네 몽골 여행에 같이 가자고 말한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바로 수락하고 엄마아빠한테 정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진심이 통했는지 엄마아빠도 잘 다녀오라고 했다.
항상 방학 때 크게 2번씩은 아프다. 나에게 방학은 한 달 넘게 아프고, 남은 한 달 조금 안 되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이다. 가성비가 안 좋은 인간이다. 역시나 교육봉사 고작 몇 번 간 것 가지고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원래는 1-2일 입원하라고 하셨는데 그냥 나왔다. 다음날이 몽골 여행 전날이라서 이모네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가는 큰 여행이었는데 시작부터 비걱거렸다. 후회를 했다. 역시 가지 말았어야 했나 하고.
하지만 이렇게 간 몽골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몽골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광활한 평야는 막혀있던 내 마음을 뚫어주었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뽀송뽀송한 바람은 나를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 울란바토르까지 향하는 스타렉스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면서 벅차올랐다. 본격적인 여행을 하기도 전이지만 행복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행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갔다. 그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여기 브런치에도 적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나와 또래인 남자아이는 내게 도전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전해주었다. 몽골 여행 운전을 맡아주신 기사님은 주어진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그것을 인내하고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따뜻함을 알려주었다. 몽골에서 만난 여러 현지인 분들은 타인에게 조건 없는 나눔을 실천한느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상은 넓고 멋진 사람들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소소하게 했다. 몽골 여행은 정말 좋았다. 마지막에 크게 아파서 한국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1학기 때의 힘듦이 잊혔다.
2학기는 1학기보다 무난하게 시작되었다. 사실 2학기 개강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여기서 나의 나쁜 점을 찾았다. 나의 상황이 안 좋으면, 그 상황에서 느낀 나쁜 감정들을 사람으로 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쁜 의도는 정말 아니었지만, 좋은 사람 한 사람을 힘들게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힘들어서 중간에 관계를 끊어버렸다. 관계를 끊고 나면, 그 사람도 좋고 나도 좋을 줄 알았다. 두 명이 힘들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착각이었던 것 같다. 두 사람이 두 배 더 고통받았다. 그렇게 해놓고 내 잘못을 회피하고 싶어서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많이 했다.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 고민을 하게 된다. 이렇게까지 상황을 악화시킨 내가 먼저 말을 건네는 게 옳은 것일까, 아니면 이런 생각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내가 이기적인 것일까.
안 좋은 상황에서 믿었던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다. 너무 믿었기에 상처가 더 컸다. 마지막으로 먼저 연락이 와서 한 번 만나자는 말에, 모든 일 제쳐두고 뛰어가서 만났다. 언제나 만나면 좋은 말을 해줬는데, 그때도 아니나 다를까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연말에 꼭 다시 만나서 길게 대화를 나누자는 약속을 믿어버렸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믿는 사람이었기에 슬펐다. 12월 31일 저녁인 오늘까지 연락이 오질 않았다. 이제는 나도 정리를 해야 한다.
이번 학기에는 전과라는 목표를 가졌다. 그동안 꿈만 꾸던 지리교육과에 전과를 하겠다는. 하지만 to가 나질 않았다. 꿈은 접혔다. 이제는 오랜 꿈을 보내줄 때가 되었다. to를 보자마자 무력감을 느꼈다. 나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잘 모르겠다. 일만 벌여두고 막상 제대로 하는 것은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이럴 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물어보고 싶다. 그러면 내 상황에 맞는 대답을 해주실 텐데.
힘든 학기의 보상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게 되고, 망한 줄 알았던 대외활동이 합격을 하면서 보다 기분 좋은 연말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번 연도를 되돌아보면 한마디로 '힘들어서 빨리 지나가라고 빌었는데 진짜 빨리 지나가 버렸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빠르게 지나가긴 했다. 내 인생에서 23살을 돌아보면, '힘들다'라는 감정만 들지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정말 바라는 대로 되어서 다행이지만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간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후회는 있다. 이미 지나간 것을 어쩌겠냐만.. 2024년의 목표는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자'로 잡았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나의 방향을 찾지 않을까? 12월 31일, 2023의 마지막에서 1년을 돌아보았다. 올해는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2024년에는 목표한 바를 이루는, 시작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에서 벗어나는 도전적인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