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로 시작했지만 멘티로 끝나는

가르치려고 시작했으나 오히려 배워가는 건 나였다.

by 김현지

몇번의 수능을 보고 나서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도전은 해놓고 시작도 전에 발을 빼는 일이 많았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가 작년에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 역할에 도전을 했다.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1차 서류, 2차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떨어질 줄 알았다. 한겨울 내복만 입고 집에서 쫓겨난 사람처럼 면접에서 벌벌 떨었다. 두 번째 시도 끝에 합격을 했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일의 끝이 실패라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함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시작은 멘티들에게 사전에 나를 소개하는 연락을 돌리는 것이었다. 내 연락에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이라는 멘티의 답장이 왔을 때, 이건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려움은 4개월이 더 지난 지금, 아이들을 본다는 설렘으로 바뀌었다.



1월 13일 오늘, 오전에 멘티와 수업을 했다. 진로적성검사와 그에 따른 유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멘티는 본인이 '사회형'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했던 학생회를 올해도 이어서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질문을 한 가지 했다. '00 이는 외향적이고 리더십도 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학생회장에 도전하는 게 어때?'라고.



그러자 멘티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제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요. 학생회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여러 명을 통솔하고 이끄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학생회에 있으면서 묵묵히 제 할 일 하고 남들을 도와주는 것이 좋아요.'



충격이었다. 멘티는 이제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어린아이인데 이제 24살이 되는 나보다 생각이 깊었다. 멘티가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서 안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전에는 생각했다. 멘티의 말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멘티는 지금까지 내가 이해가 안 갔을 것이다. '좋음'의 기준은 상대적인 것인데, 나의 잣대를 멘티에게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



멘토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다. 두려움이 컸던 나의 마음 한 구석을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멘티 친구들의 열정이 채워준다. 어쩌면 나보다 더 성숙한 우리 반 친구들. 곧 멘토링이 끝나가는데 아이들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우리들 모두가 멘티이자 멘토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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