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준시작
2025의 새해가 밝았고 새 학기도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새내기들은 학교에 점차 적응하기 시작하며, 슬슬 재밌는 대학생활을 즐기기 시작했을 때이다. 2학년, 3학년들은 학교에 적응은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본인들의 흥미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이다. 하지만 4학년은? 막막한 불안감이 앞선다. 지난 3년 간의 학교 생활을 돌아보며, 더 잘 해내지 못했던 나 자신을 타박하게 된다. 가고 싶은 회사는 어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터무니없이 높은 경쟁률을 가졌고 나와 비슷한 스펙의 소유자는 바글바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비슷하기만 하면 다행이다. 사실 고스펙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연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딱 이거 하나만 하고 졸업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활동이 올해부터는 폐지되었다. 이 소식을 뒤늦게 안 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이것만 하겠다고 다른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나를 우울의 늪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보면, 나 빼고 다들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하는 SNS는 인스타그램이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이것이다. 잠깐의 시간을 때우려고 들어가게 되지만, 결국은 남들과의 끝없는 비교로 우울해지며 앱을 끄게 된다.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됐다. 남들보다 부족한 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를 패배자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빠른 취업을 원하는 나는 이와 비례하는 속도로 자기 비하를 하고 있다.
옛날의 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일들을 진행하고 싶다. 자존감은 낮아지고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진 나 스스로가 못났다고 생각한다. 취업하기 힘들어진 우리 사회 구조 탓을 하고 싶지만, 모든 취준생이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 내가 엄청나게 못나졌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졸업한 선배를 만났을 때였다. 방학 때 원하는 프로그램이 폐지된 걸 알고 나서, 지푸라기 잡는 심경으로 옛날에 살짝 관심 있었던 프로그램에 지원을 했다. 이쪽 계열 프로그램 자기소개서는 난생처음 써봐서 감이 잡히질 않았다. 선배는 이쪽 분야에 종사하기를 희망하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선배는 정말 성심성의껏 도와주셨다. 하지만, 그런 좋은 분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내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프로그램에 떨어졌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앵간하면 다 붙었기에 이번에도 서류는 붙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오만한 나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는 듯한 결과였다. 선배를 만나고 나서 떨어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근데 선배가 도와준 다른 친구는 붙어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 속상했다. 벌써 나는 뒤쳐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이 붉어졌다. 하지만, 밖이라서 꾹 참았다.
선배는 이 정도로 하고 싶은 줄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하셨다. ' 너는 내가 말해주면 그 말을 기억하기는 잘하는데, 수용하지를 않아'라고. 맞다. 지금까지의 나는 자기주장이 꽤 심한 편이라서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이라도 내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 쪼대로 해왔다. 이번에 크게 데인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와중에도 다른 친구에게 취업시장에서 밀리는 생각을 하니 너무 불안했다. 다른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죄송하게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못난 나는 집에 와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남을 순수하게 축하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밉기도 했고 능력이 부족한 나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취준 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마인드가 지속되면 나에게 분명 해가 될 것을 안다. 이렇게 글로 기록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고쳐나가려고 한다. 브런치에 4학년이 된 나의 취준 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부디 기록하고 반성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길. 이 시기를 부디 현명하게 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