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들을 느낀다. 반면 나를 느끼는 것은 오로지 간접적으로만 가능하다. 나는 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누군가는 나를 좋게 이야기해 준다. 나는 보통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는 나에 대해서 욕한다. 그러면 나는 더 못나게 굴 때도 있다.
다시 말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느낀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 속에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찾고 행동양식을 수정한다. 이것은 사회적인 욕구와 자아탐구의 욕구가 온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타인 없이는 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의 신화에 따르면 나는 온전히 나로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매번 나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느낀다. 당장에 일주일이라도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면 외로운 마음이 불쑥 튀어나와 고개를 치켜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모든 관계는 우선 소중해진다.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자아탐구를 하는 인간은 반드시 사회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나를 간접적으로만 접하기 때문에, 나를 소개하는 것은 생각보다 낯선 일이 된다. 잘 모르는 사람을 소개하려면 객관적인 지표들을 나열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표적으로 이름, 나이, 사는 곳 같은 것들이다. 그것들은 필요없지는 않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그것들은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하고 우선해야 하는 것은 내가 믿고 따르는 것들, 그리고 경멸하고 싫어하는 것들, 그에 따른 내 노력과 결과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더욱 본질에 가깝고 사람을 더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자기소개는 이렇다.
“나는 솔직함과 꾸준함과 본질적인 것과 사람들의 재능을 좋아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비겁함과 도를 넘는 추함을 싫어합니다.”
“나는 내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미래를 그려보고 내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독서를 하고, 글쓰기도 합니다.”
이런 소개는 정형화된 양식은 아니지만, 나를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점과 피하고 싶은 점들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강한 자기 암시를 준다. 한편으로는 내게 주어진 것 말고, 내가 골라서 가지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에 덜 속물적이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