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에 대해서

by 돌멩이

루틴은 달라질 것이 없이 반복하는 행동이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루틴 화해서 자신이 만든 규칙에 자신을 맞춘다. 가령 자기 전 화장품을 바르는 루틴이 있다. 이중 세안을 하고, 많은 화장품을 순서대로 찹찹 바른다. 또는 하체운동 중 스쿼트를 할 때 몸의 자세 정렬을 위해 발 끝을 맞추고, 허리를 쭉 펴서 둔근에 긴장을 준다. 출근할 때에는 자전거에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른쪽 밑단을 접어 양말에 집어넣고 장갑을 낀다.


루틴은 생각의 경로를 최소화하는 장치이다. 즉 실수 없이 해내야 하는 일을 아무런 생각 없이 해낼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여러 번 반복해 의식적으로 수행한 행동은 루틴이 된다. 루틴에서 무언가가 빠지거나 순서가 바뀌면 어색한 기분이 든다. 비유하자면 루틴은 산길으로 표현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산을 헤치며 지나가야 하지만, 여러 번 밟다 보면 길이 된다. 점점 눈을 감고도 지나갈 수 있게 능숙해진다. 그 길이 조금만 바뀌어도 금방 눈치챌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루틴을 만들어서 지킨다. 이 점에는 뭔가 오묘한 측면이 있다. 인간은 자유 그 자체를 추구하지 않고, 자유가 주어지더라도 스스로 규제를 만들어내어 속박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 - 이것은 일종의 피학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단어 그대로의 자유, 이를테면 우리가 흔히 공감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타인의 자유는 구속할 수 없다.’ 라는 명제는 추구할만한 것이 아닐 수 있지 않을까? 일정 부분 규제되고 방종하지 않게 하는 것이 오히려 추구할만한 것이 아닐까? 조금 더 나아가면, 세상이 나에게 어떠한 것도 강제하지 않고, 내가 어떤 것도 해야 하는 의무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큼 비참하고 무의미한 것은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반드시 괴로운 마음에 휩싸여 스스로를 갉아먹게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사명을 찾고 의무감을 만들어낼 것이다.


실제로 내가 가장 평안함을 느꼈던 순간은 군 훈련소 때였다. 진주 훈련소에서 까까머리 훈련병 중 하나로 섞여 훈련을 받던 하루였다. 1월 혹한의 추위를 느끼면서 바들바들 떨고서는 생활관으로 돌아와 뜨끈한 구들장에 몸을 녹이면서 느꼈던 평안함. 그 평안함은 나에게는 자유가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꼼짝없이 누워있는 것 밖에는 없다는 구속감에서 오는 평안함이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우리가 루틴을 만들고, 지키려는 행태는 우리의 자유를 뺏고, 구속되고 싶어 하는 피학성의 발로이다.


루틴을 지키는 것이 사실은 위와 같은 특성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어떤 것이 달라질 수 있을까? 루틴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루틴이 없는 삶은 구속과 의무가 없는 삶이고, 그 삶은 비참할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태해질 때, 꾸준함을 잃어버리고 불만이 생길 때 이 글을 다시 꺼내어 보면서 꾸준함에 대한 다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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