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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현 Jul 11. 2024

1화.소설같은 수필. 수필같은 소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믿음을 주고 있던 존재가 사실은 그렇지 못한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그 존재를 짧게 줄여 '그'라고 칭하겠다.)


나는 그 사람에게 무엇이었을까?

라는 기나긴 고뇌에 대한 대답을 찾고나자 내 정신이 온전히 돌아왔다.


2개월 전 나는 그가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나는 처음에몰래카메라를 하는건가 싶었다.

집 천장과 구석을 뒤지며 혹시모를 몰래카메라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고민했던것 같다.

갑자기 연예인이 집에 들이닥쳐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지금 몰래카메라중이에요! 카메라를 보면서 에게 한 말씀 해달라...라고 말해주길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램이었고 이상이었다.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며 다시 현실이 찾아왔다.

현실은 이상보다 더 잔인했고 처참했다.


그제서야 현실을 느끼고 잡고 있던 끈을 놓아버리자 세상이 완전히 무너졌다.

내 세상은 소행성 하나가 순식간에 날아와 모든 걸 파괴했다.

그러자 '유미의 세포들'에서 봤던 감정 세포들처럼

내 안에 있는 모든 감정들이 전쟁이라도 났는지 갈피를 못잡고 여기저기 도망다녔다.


그와 함께한 시간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두려움이 다가왔다.

무서웠다. 내가 혼자가 된다는게..

아니. 내가 그동안 혼자였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용서했다.

그러자 내 안에 있던 '이성'은 무슨짓이냐고 왜 용서하냐고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소리쳤다.

출근하는 내내 일이 잡히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믿겨지지 않는데

떨어져있으니 그에 대한 불신이 더 심해졌다.

그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밖에 지나다니는 처음보는 행인들보다 더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 머릿속은 이번 기회로 더 돈독해 지자라고 주장하는 '감성'이 옳은 말만 하던 '이성'을 짓누르고 머릿속을 차지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닌 존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2주뒤.

그는 또 한번 보란듯이 그릇된 행동나에게 들켰다.

이때 나의 세상은 앞선 소행성 충돌로 세상이 파괴되어 보수공사를 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이번엔 세상의 마지막을 고하는 거대한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으로 내 머릿속은 블렉아웃 되었다.

이성을 누르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감성도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잠깐의 블렉아웃을 겪은 뒤.

머릿속이 재부팅되면서 검은 화면을 뚫고 나온 이성이 다시 부활했다.

다행이었다.


이성이 살아나자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용서?자비? 그런건 '사람'에게만 하는거라고 결심을 한 순간 나는 감성이 존재했던 모순적인 나의 모습을 깨고 현재의 나로 다시 태어났다.

내 마음속에서 이성은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게 나지. 이게 맞는거고 이래야 나다운거지.'


D-day 당일 새벽.

나는 이미 다 해야만 하는 일에 차질이 생겨버릴까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날 새벽은 뭔가를 찾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자꾸 생겼다.

그렇게 새벽3시.

나는 확실히 해야할 일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심장이 쿵쾅되며 요동쳤다.

마치 그 새벽에 100m 달리기를 전속력으로 뛰고 온 것 같았다.

그러자 머릿속에서는 이성이 말했다.


이거면 됐다고. 이제 다 끝났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이제는 잠을 청해도 된다고.


꼬박 날을 샜던 지난 일주일에 대한 보상으로 엄청난 꿀잠을 잤다. 신기했다.

그리고 아침이 오자 나는 아무런 감정과 표정도 없이 가장 안전한 집에서 그를 내보냈다.

짐을 싸서 나가는 그모습을 보니 죽었던 감성이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나의 이성이 감성을 단칼에 무찔렀다.

다시 붙잡을 생각이라면 절.대. 아니라고 그만하라며 나대신 할 일을 해주었다.


가 떠난 뒤.

나는 혼자가 되었다.

넓고 아늑한 집에 덩그러니 혼자가 되었다.

이상했다. 이게 맞나 싶었다.

창밖의 세상을 바라보자 신기할 정도로 이 세상은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평화롭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나의 세상은 멈췄는데..

아니 두번의 운석충돌로  사라져버렸는데 말이다.


가족에게 모든 사실을 알린 후.

(이 사실을 알린다는 것 자체가 나의 흠이고 자책이 될까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부모님께는 덤덤하게 말씀을 드렸고,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 앞에서는 내가 결혼도 했고 더 이상 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형과 형수님 앞에서 말씀을 드리자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감정들이 나왔다.

그 날은 내 인생 통틀어 울었던 모든 날들보다 더 많이 운 것 같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내 앞에 눈물을 닦은 휴지가 점점 쌓여갔다. 아무리 울어도 마음이 나아지질 않았다.

옆에 계시던 형수님은 다 털어낼때까지 울어버리라고 하셨다.

그런 말 한 마디조차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따듯했다. 힘들때 옆에 있어주고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게 진짜 가족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들은 우리 가족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한 달 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냐고.

왜 혼자서 모든걸 해결하려고 했냐고.

 큰일을 어떻게 견뎌나가려고 했냐고.

나는 차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줄 알고 건뎌보려고 했다.'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맞다. 나는 무엇을 위해 혼자 견디려 했을까?

매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겠다는 이유말고는 모르겠다....


수많은 고민을 할 때 쯤.

어느새 형수님의 손이 내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형수님께서는 "과거는 그만 생각하고 앞으로를 준비하자." 하셨다.

옆에 있던 형도 앞으로 해야하는 일을 하자고 했다.

모두가 나를 대신해 분노하고 있었다.

막막했지만 나도 이미 일은 벌어졌고 현재를 나아가자 다짐했다.




현재를 나아간다는 말은 곧 과거로부터 멀어진다는 말과 같은 말일까?


현재는 많은 게 변화했다.

나는 이전의 나를 덮어버리려고 탈바꿈중이다.

지금까지 못해봤던 모든걸 시작하려 한다. 아니.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그래서 그게 무엇이든 하고 싶으면 하려한다.


심리적인 치료도 병행하며 나 자신을 가꾸고 리셋되버려 잃어버린 나를 찾으려고 노력중이다.

나는 나고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이 과정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날의 기억을 회상하기엔 아직 아프지만 시간이 지난 후 모든 걸 이겨내고 성장한 미래의 내 자신이 이따금 당시를 돌이켜 봤을때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어떤 역경이 닥쳐도 버티고 버텨 단단해져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는 것을 내 주변사람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보게 될 나에게..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이 글을 선물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자여.


디즈니와 픽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영화들의 명대사들을 요새 더욱 많이 찾게 된다.
과거는 흘러갔고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렇지? 세상이 널 힘들게 할 때 신경 끄고 사는게 상책이야! 그리고 외쳐 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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