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8층. 자신의 가치를 절대 잃지 말자.
비바람이 몰아치는 검은 하늘이 저 멀리 떠나가고,
맑은 하늘에는 온 세상을 뒤덮는 무지개가 떴다.
앞으로 다가올 저의 2025년 목표입니다.
저는 이 지하층을 오르며 한 가지 잊어버린 게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바로 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잊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었으면 다 잊고 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일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노트에 적어봅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 글이 만들어집니다.
오늘은 조금 짧은 글이 될지 모르지만,
대부분 어두웠던 제 글의 정반대로 조금은 희망이 섞인 글을 써봅니다.
나는 무지개를 좋아합니다.
나는 오로라를 좋아합니다.
나는 비행기를 좋아합니다.
나는 해외여행을 좋아합니다.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합니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를 좋아합니다.
...(생략)
제가 좋아하는 이 대상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정답은 바로 흔하게 볼 수 없고 흔하게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어쩌면 여러분들 중 누군가에게는 흔한 일상일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에겐 모두 흔하지 않은 것들이에요.
특히 마지막에 좋은 사람들은 흔하게 볼 수 있지 않냐고요?
아니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 가정을 이뤄가더라고요.
그 후부터는 그들과 시간 보내기가 점점 쉽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그들을 만나는 그 시간은 정말로 소중한 시간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만나게 되는 날이면 항상 근처 서점에서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약속시간보다 몇 시간씩 먼저 나가서 기다리죠.
그만큼 제겐 그들과의 만남이 너무 소중하답니다.
때때로 그들을 만나고 있는 시간 중간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맞아요.
저는 흔하게 볼 수 없고, 흔하게 가질 수 없으며, 흔하게 경험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좋아합니다.
무지개도 그렇습니다.
제가 무지개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참고로 제가 23살 때 일입니다.
아마 군대에서 말년휴가를 나오고 휴가 복귀를 하자마자 일어난 일입니다.
부모님께서는 휴가 때도 아무 말씀 없으셨다가, 전역하기 바로 전날에 저한테 말도 없이 이사를 가셨어요.
전화로 그 소식을 듣고 있던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엊그제까지 살고 있던 집이 군대에 복귀하니 남의 집이라뇨.
그리고 이사 간 집은 터무니없는 '김포'라는 곳의 한 아파트였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전화로 '김포 ㅁㅁ아파트 찾아서 알아서 와라.'라고 하시고는 아무것도 안 알려주셨죠.
다음날이 전역인지라 허둥지둥 컴퓨터로 그 아파트를 검색해서 서울역에서 가는 방법을 찾아봤더랬죠.
무사히 전역을 하고 집(?)으로 가는 그날.
아침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서울에 오니 비가 멈추더군요.
저는 제대하고 서울역에서 겨우 김포 가는 버스에 몸을 맡겼어요.
(아! 제가 항상 서울의 빛축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그 버스가 맞아요. M6117번.)
그때는 서울에서 김포로 가는 버스가 단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버스가 처음 가는 길로 접어들고, 긴 한강을 따라 '김포공항'이 쓰인 도로를 달렸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김포에 아직 도시계획이 활발하지 못한 탓에 도로가 아주 시원하게 뚫려있더군요.
그렇게 서울에서 제가 사는 곳까지 금방 도착하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서 내려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원래 내려야 하는 곳보다 한 정거장 뒤에 내렸더군요.
그렇게 신형 개구리 군복을 입은 채로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들었습니다.
눈앞에는 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파트들밖에 안 보여서 놀랐습니다.
그러다 고개를 더 올려 하늘을 쳐다봤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흔히 볼 수 없는 무지개가 두 개나 뜬 거예요. 쌍무지개.
정말 멋있죠!
저는 이때부터 나는 정말 행운아구나.
앞으로 이곳에서 정말 좋은 일들만 일어날 거다.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올해. 한창 여름이던 7월. (24년 7월 27일)
비가 갠 후, 정말 크고 선명한 무지개가 하늘 가득히 떴더군요.
퇴근길에 맞춰 하늘에 큼지막히 뜬 무지개였습니다.
퇴근하던 사람들은 핸드폰을 보며 고개를 떨구지 않고,
오히려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더군요.
심지어 아파트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란다로 나와 무지개를 감상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이토록 흔히 볼 수 없는 것을 좋아하나 봐요.
그만큼 오래 두고 볼 수 없어서 더 가치 있고 소중한가 봐요.
이 무지개를 가슴에 가득 품고 잠든 다음 날.
<인생은 허들경주>의 주인공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요.
어제 퇴근하면서 본 무지개를 선물하고 싶다는 사진과 응원 문자였죠.
퇴근하는 길에 제가 본 무지개를 그 친구도 본 것 같아요.
인생에 가장 큰 기로에 서있는 저와 그 친구.
그 친구는 이 무지개를 보며 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이 무지개를 선물할 테니 사진을 보며 현재 제가 겪고 있는 모든 힘든 일들이 잘 돼서 무지개처럼 빛날 거라고 하더군요.
감동이었어요.
저는 '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가.' 생각하며 지금도 고이 제 핸드폰 앨범에 무지개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가치가 있는 것'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더군요.
만질 수 없거나
볼 수 없거나
양이 무척 적거나 유한한 것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가치에 대한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실험을 담당했던 교수님은 주머니에 있던 20달러 지폐를 꺼내며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20달러를 갖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드세요."
당연히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었죠.
그러자 교수님은 손에 있던 20달러를 힘을 주어 구기며 다시 묻습니다.
"구겨진 20 달러를 갖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드세요."
역시나 모든 학생들은 손을 들었죠.
교수는 곧바로 구겨진 20달러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발로 밟았습니다.
그러면서 또 학생들에게 물었죠.
"그렇다면 구겨지고 밟혀서 땅에 버려진 이 20달러도 갖고 싶은가요?"
그랬더니 여전히 모든 학생들이 '네.'라는 대답과 함께 손을 들더군요.
여러분은 이 실험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눈치채셨나요?
이 실험이 끝난 후,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돈의 가치는 구겨져도, 땅에 버려져도, 밟혀서 더러워지더라도 그 가치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말씀을 하시죠.
사람의 가치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다양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기엔 우리 인생이 종이처럼 구겨져서 바닥에 버려진 것만 같을 때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나쁜 결정을 하기도 하고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가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났든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절대 자신의 가치를 잃지 마십시오.
꼭 기억하세요.
어쩌면 우리는 이미 모두가 무지개인 것 같아요.
모두들 이 세상 살아가는데 한 가치 하면서 사시는 거 아닌가요?
(저도 좀 가치 있는 사람인데!)
요새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소중한 지인들이 주변에 몇몇 보이더군요.
저는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줍니다.
항상 너를 믿어. 너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데!
이렇게 말해주면 대부분의 지인들은 웃더군요.
듣는 사람도 기분 좋고 말하는 사람도 기분 좋으니 일석이조로 좋은 명언 아닌가요?
덕분에 요새는 대현자 김명언 씨로 불리고 있답니다.
제가 그만큼 많은 명언들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써서 그런가 봐요.
내 가치를 스스로 알고 실행하면 내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이 모이게 되더군요.
무지개는 거친 비바람과 폭풍우를 견뎌낸 뒤에 오는 선물처럼 하늘에 나타나죠.
어쩌면 제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의 끝에는 이 무지개가 더 선명하고 크게 떠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친구가 선물해 준 무지개 사진을 보며 이 글을 적습니다.
어느덧 지하 8층까지 올라왔군요. 대단하네요.
올해는 저에게 정말 긴 한 해가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정말 저어어어엉말 길었네요.
모두에게 정말 길었던 여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겨울이 찾아와 부쩍 날이 추워졌습니다.
봉인해 두었던 패딩을 슬슬 꺼내 입어야 되겠군요.
제겐 5월부터 약 6개월 남짓한 시간이 살면서 가장 길게 느껴졌습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 삶의 추락. 일어나면 안 됐던 일들. 압박. 날조된 서면 등.
인간의 본성과 타락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를 낱낱이 볼 수 있는 한 해였습니다.
물론 저의 멘탈도 같이 추락했지만, 힘겹게 여기까지 올라왔네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미래에 펼쳐질지 예상은 되지만 견디고 버티고 이겨낼 겁니다.
정의가 아직 살아있는 게 맞다면, 그렇게 되는 게 맞고요.
지상까지 가기 위한 제 나름의 경험과 준비들을 계속 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