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2024년의 해가 저물고 2025년이 다가온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감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올 한 해를 누구보다 빠르게 끝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살면서 미신을 잘 믿지 않았던 과거의 나는 소위 '길일', '삼재', '손 없는 날'
등의 말들은 과거에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올해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그 생각이 바뀌었다.
찾아보니 올해가 원숭이띠의 마지막 날삼재라고 한다.
올해까지 3년의 삼재를 끝내고 2025년은 새로운 한 해를 보낸다고 한다.
삼재를 보냈던 3년.
지금 돌이켜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덮여 묻어갔던 많은 좋지 않았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았던 감정과 추억들만 있는 건 아니다.
졸업: 학교 같은 교육기관에서 학생이 모든 과정을 이수해 마치는 과정을 말한다.
나는 2024년을 마무리하며 생각하지도 못한 졸업들을 많이 경험하는 중이다.
인맥을 정리하는 사람졸업.
좋아서 시작했지만 멘탈을 못 잡고 잠시 그만둔 웹소설졸업.
테니스 입문졸업.
심리상담센터 마음졸업
이처럼 한 해를 같이 마무리하는 졸업들이 많다.
학창 시절 때는 얼른 졸업해서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가 되었다. 다시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니...
인간의 마음은 정말 간사한 건가..?
졸업을 떠올리다 보니 학창 시절 졸업 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중에 가장 기억 남는 졸업들은 바로 학급의 가장 마지막 시기들이었다.
바로 고등학교 3학년때와 대학교 4학년.
고등학교 3 학생 때.
우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인생에 거대한 시험을 앞두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도록 받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다니던 인천의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이 필수였다.
때문에 나는 항상 저녁 10시까지 애들과 공부를 하고 갔더랬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자율학습인데 왜 필수로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뒤에 나올 대학교 동기들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했을 테다.
심지어 나는 작게나마 고백하자면, 그 수많은 시간 동안 공부만 했던 건 당연 아니다.
저녁을 먹고 약 30~40분가량의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와 반 친구들은 그때마다 항상 새로운 놀이들을 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 때,
나와 같은 반 친구들은 '깡통차기'를 했다.
운동장에 많은 인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교복이라는 같은 옷을 입고 활발하게 움직이는지라
술래 입장에서는 '윌리를 찾아라'에서 윌리들을 3인칭 시점으로 찾아야 하는 눈 아픈 경험을 한다.
"저를 찾아보세요." 운동장에서 술래가 도망자들을 찾는 시점....
물론 이 장점을 이용한 도망자들의 입장은 정말 유쾌하다.
또 깡통차기가 흥이 떨어지면 우리는 어김없이 '마피아 게임'을 했다.
인원수도 많거니와 내향적인 친구들도 같이 합세해서 했던 거로 기억한다.
나중에는 유행이 퍼져서 대부분의 반 아이들이 각자의 반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마피아 게임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재밌는 상황들이 펼쳐졌기에
이때 아니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 게임을 같이 하는 상황도 없던 것 같다.
그렇게 나름 갖은 압박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 거리들을 찾아갔다.
그런 추억들이 공유되고 쌓아가며 울고 웃었던 기억들이
졸업하는 날이 되면 마치 영화의 필름이 지나가듯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대학교 때도 그렇다.
나는 유난히 대학교 동기들과 살갑게 지냈다.
대학교는 자율적 학습이 강했기에 시간표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나는 항상 한 주에 4일만 나가는 일명 '주 4일'의 시간표를 매 학기마다 했다.
나름 집이 멀어서 고안한 방법 중에 하나다.
나중에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계속해서 주 4일을 해왔다.
그렇게 나는 하루를 쉬는 평일에는 매번 동기가 있는 연구실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수업을 끝나면 오는 동기들과 공부를 하거나 같이 놀았다.
그때는 그 연구실이 우리의 아지트였다.
각자 다른 수업을 듣고, 끝나는 시간도 다르지만
수업을 모두 마치면 우리는 항상 그 아지트에 모였다.
저녁을 뭐 먹을지부터 해서 과제, 시험, 연애, 취업, 각자의 바람들을 공유했다.
특히 대학교 4학년 때.
취업에 한파가 불고 서류합격을 했다는 말만 들어도 서로 엄청난 축하를 해주던 시기에
우리는 아지트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피드백을 주며 함께 멘탈을 챙겼다.
그들과 함께 했던 밤샘작업들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다고는 말 못 하지만
나름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과의 졸업식이 뜻깊고 아쉬운 감정이 많았더랬다.
매일 같이 보고, 눈 뜨면 자고 있던 애들이
더 이상 각자의 인생을 나아갈 걸 생각하니
뭔가 대학교라는 새장에서 새장의 문이 열려 이제 날아가라고 하는 듯했다.
나중에 그들과의 사진촬영을 끝마치고 각자의 부모님이나 친인척들과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 좁은 새장을 떠나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나는 그때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부모님과 같이 대학을 나왔던 기억이 든다.
현재는 모두 새장밖을 나가 초고속 비행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방향에서 높낮이와 속도를 조절하며 자신의 비행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만나면 대학생 때보다 더 멋있는 동기들이다.
졸업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항상 감회가 새롭다.
나는 지금까지 함께 모든 경험을 공유하고 추억을 쌓던 이들과의 작별을 먼저 생각했다.
졸업하면 안 볼 것 아닌데, 왜 그렇게 슬프던지...
(마치 결혼하면 부모님 안 볼 것 아닌데 부모님만 보면 눈물이 나는 상황과 비슷하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그들과 사진을 찍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제 더 멀어진다.'라는 생각에 슬퍼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졸업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한 층 더 넓고 깊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나는 이걸 '마음졸업'이라고 부른다.
최근에 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을 겪고 나서 주변의 인맥을 싹 정리했다.
'그'와 같이 알던 지인들까지 모두 말이다.
그렇게 세상에서 그들을 지워버리고 과거도 천천히 지우는 중이다.
이걸 결혼졸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졸업했다..
심지어 지난 9월부터 받았던 심리상담도 뜻밖에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10회기를 상담하며 선생님께 정말 인생에 대해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선생님께서는 현재 나의 모습을 보시면서 지난 1,2,3회기 동안 보여줬던 모습과 정반대라 놀랐다고 하셨다.
물론 이렇게 빠른 회복을 하려고 노력한 내 행동들을 아시기에
많은 응원과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내게 꼭 내년에 좋은 소식을 들려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면 자신이 밥이라도 사주겠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심리상담센터의 마지막 문을 닫고 나오는 나는 '마음졸업'을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상담센터의 문을 닫고 나오며,
아직 온전하지 못한 마음이더라도 앞으로는 내가 챙기기로 다짐했다.
'이제는 달라질 거야.'라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2025년의 문을 열고자 한다.
기회는 세상밖을 나가면 어디서든 존재하기에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집에서 누군가 나를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그렇게 수많은 기회들을 잡고 싶은 한 해가 얼른 다가오길 희망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잊어야 하는 모든 기억들과 추억들을 천천히 없애고 있다.
아직 법적인 절차와 싸움이 끝나지는 않았기에 모두 없애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으로 저 멀리 숲을 보기로 했다.
남은 2024년을 보내며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B23층에 떨어지고 힘들게 여기까지 당도하는 그간의 마음여행을 돌아보는 거였다.
생각보다 더 아팠던 과거를 보며 그동안 잘 이겨내 준 나에게 감사를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새해에는 지하를 모두 올라와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지상을 올라가는 이야기까지 해보려 한다.
또 지상에서는 어떤 일들일 펼쳐질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열심히 글을 써보려 한다.
곧 끝나가는 2024년 한 해의 마무리를 모두 잘 마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