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B4층. 함께일수록 더 가치 있는 같이.

by 대현
그가 나를 절벽에서 밀었을 때 그제야 내가 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가까운 과거의 나는 이랬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까?)


한때 나는 여느 신혼부부와 같은 가정을 둔 가장으로

책임의 무게를 한껏 느끼며 삶을 살아갔다.


결혼을 잠시나마 경험했던 나의 경험담을 말하자면

결혼이란 연애와는 전혀 달랐다.

(매우 주관적인 경험담에서 나온 견해다.)

연애는 로맨틱하고 우여곡절 속의 해피앤딩이었다면

결혼은 이런 로맨스코미디의 소설책을 덮으며 새롭게 시작됐다.


그 책은 결혼이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두려운 세상이 쓰인 책이다.

겉표지는 또 왜 이렇게 검고 불그스름한지,

마치 지옥을 나타내는 건가 싶었다.


그 지옥 같은 책의 겉표지를 만지는 순간

나는 몇 페이지 못 읽은 채 책을 빠르게 덮었다.

정말 뜨거운 인생의 맛을 보고

그 책을 다시 볼 수 없게 태워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더 큰 지옥을 경험하기 전에 책을 태웠다는 것.

그 수필을 더 읽기에는 그와의 미래를 상상할 때마다

책을 잡고 있는 손이 타들어가는 듯 했더랬다.




그렇게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인 내가 역겨을 이겨내며 인생을 나아가는 방법은 이렇다.


한때 혼자이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많이 다르다.

혼자였던 과거의 나는 외로움, 의무감, 갑갑함 등의 뭔가를 많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나를 옥죄이는 쇠사슬들을 끊은 지 오래다.

오히려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내 등뒤에 있는 날개를

책상 쪽으로 살포시 펼쳐 깃털을 하나하나 잘 씻기고 말리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큰 상황을 겪고 강제로 혼자가 된 충격에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지하층과 계단을 올라오면서 많은 고뇌를 한 후의 결정된 행동들이다.

특히 비좁고 앞도 안 보이는 계단을 올라올 때면

나는 여러 질문들을 나에게 던졌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현재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0대에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1년 뒤의 내 삶은? 3년 뒤? 5년 뒤? 10년 뒤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등등 일을 하는 중간에도 질문이 떠오르면 핸드폰에 있는 노트앱에 곧바로 옮겨 적었다.

옮겨진 질문은 퇴근 후 집에 가서 깊이 생각한 후에 답변을 달았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며 가장 잘한 일은 바로 '나'를 찾은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자기 믿음'이 없어진 삶은 절대 내 삶이 아니었다.

그와의 결혼생활에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나를 잃어갔다.

어느 순간 수많은 가스라이팅과 큰 충격으로 나 자신을 잃었던 그날 이후.

나는 나를 찾는데 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꼭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내 인생을 나아가는데 누군가의 의지와 말에 휘둘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 사건을 경험한 직후, 내 상태가 정말 이상했던 걸 나도 느꼈다.

나는 선택을 할 때마다 나를 의심했다. 이미 틀린 선택을 한 번 했기에...

따라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동조하고 그들이 대신 내게 답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나의 문제를 직면하고 깨달았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인 고독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듭하던 중에 한 명언을 발견했다.


빠르게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맞다.

현재의 나는 빠르게 혼자 가는 중이다. 고독을 즐기고 있다.

남들의 인생에 발맞춰 갔던 과거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다음 목표는 바로 소중한 사람들과 더 재밌는 인생을 나아가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이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이 명언을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바로 군대에 있을 때였다.


군대에서는 3km 달리기를 12분 안에 통과해야 진급이 유리한 보상제도가 있다.

이 3km 훈련을 하게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시작을 알리는 깃발이 올라가면 각자의 속도로 뛰어간다.


그때 나는 진급에 눈이 멀어(?) 누구보다 빠르게 뛰었다.

같이 페이스를 맞추던 동기들도 하나둘 따라오지 못하며

나중에는 주위를 둘러보니 결국 나 혼자 뛰고 있었다.

다행히 12분 때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내가 목표를 이룬 기쁨이 일었지만

한편으로는 동기들을 버리고 온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느꼈다.



행군.jpg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시작했던 행군은 노을이 졌어도 계속되었다.


그 뒤, 추운 겨울에 150km 야간 행군이 있던 어느 날.

모든 부대원들이 완전군장을 하고 다 같이 길을 나섰다.


거북이 등껍질을 달아놓은 듯한 완전군장의 무게는

걸으면 걸을수록 등껍질이 점점 커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무겁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마 모두가 같은 생각이겠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대신 들어줄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는 걸 자신들도 알았을 테다.


장거리 행군의 가장 힘든 때는 바로 중간지점까지 가기 전이 가장 힘들다.

처음 몇 시간은 '훈련 끝나면 뭐해야지.', '전역하고 뭐 해야지.'라는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앞만 보고 간다.

하지만 그 상상도 한계에 다다르고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으면

이제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혹여나 물집이 날까 발을 끌지 않아야 함을 신경 쓰고

걸을 때마다 반동으로 튕겨지는 총대에 옆구리를 맞지 않을까도 신경 써야 한다.

그렇게 어느새 신경 쓸게 많아진 끝이 보이지 않는 훈련을 다시금 깨닫는다.


물론 150km를 향해 걷는 그 훈련은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나 지금이나 생각해 보면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전우애와 단합은 아마 사회에 나와서는 겪기 힘든 추억일 것이다.


행군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정말 재밌는 일이 많았다.

각자 몰래 숨겨온 과자나 초콜릿등을 나눠먹거나

여분의 핫팩을 다른 먹거리와 교환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겨울이라고 종이컵 하나씩을 나눠주며 따라준 커피 한 잔은...

차가운 바람으로 빨개진 볼도 녹여 없애줄 정도로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그렇게 약 25km마다 있던 쉬는 시간은 마치

한 겨울 눈바람 날리는 추위에 오두막집에 모닥불을 켜놓고 쉬는 느낌이었다.


100km 정도 행군을 했을 때.

쉬는 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나는 지쳐서 도로변에 바로 누웠다.

군장을 베개 삼아 눕고 핫팩에 몸을 의지하며 바라본 밤하늘은 가히 장관이었다.


온 하늘에 별이 박혀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별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겨울밤 하늘은 더 높아 보였고, 수많은 별들이 떠있었다.

또 꼬리가 긴 유성우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한 번씩 떨어졌다.

그 별들을 보며.. 지금 행군을 하고 있는 우리들과 비슷하다 느꼈다.


도심에서 보는 저녁하늘에 혼자 떠있는 별들을 보면 한없이 외로워 보이던 별이

비록 각자 색도 다르고 밝기도 다르지만 서로가 같이 있다 보니 더 아름답다는 걸 말이다.

모두가 다르지만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간에 같은 먹을 것을 나누며 같이 웃고 있다는 걸.

우리는 여전히 추운 날씨에도 각자가 갖고 있는 온기를 나눠주며 행군을 무사히 마쳤다.

아마 이때가 '같이의 가치'를 가장 잘 느꼈던 때라 자부한다.

그들과 함께였기에 150km라는 먼 길을 5~6시간을 걸려 완주할 수 있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뜨거웠던 우리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혼자를 보내는 힘을 알게 된 후.

나는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매일 노력 중이다.

노력을 하는 이유는 바로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 트라우마란... 누군가를 만나는걸 아직은 두려워한다는 것.


물론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내 직업적인 특성과 취미 등을 보면

내가 정말 이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게 맞는지 의아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갖고 있다.


어쩌면.. 최근에 누군가 나와 같이 있으면 내 불행이 옮겨갈까 봐 하는 마음

이런 트라우마가 내 마음속에 조심히 들어온 듯하다.


나는 그 사건 이후, 잘 모르는 사람이 나와 점점 친해지고 가까워질 사이라 생각하면 더욱 경계하게 됐다.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내가 내 안 좋은 것들을 안 옮겼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

그래서 이런 트라우마를 잠재우고, 내 트라우마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는 걸

나 스스로 알기 위한 방법으로 좋은 사람들과 협업을 생각 중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가 협업을 할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실력을 갖추는 게 먼저다.

아직 혼자 보내는 시간에 좀 더 할애함을 느끼지만

곧 협업을 시작하는 문을 열려고 한다.


그 협업이 글쓰기든 투자든 공부든 무엇이든 좋다.

내가 발전하고 누군가의 발전에 기여하며 서로가 윈윈 한다면,

내년에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바라는 모든 게 이뤄질 2025년.

저 먼치에서 밝지만 혼자서 빛나고 있는 별을 보며...



이전 21화마음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