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모양 Nov 18. 2018

술맛 당기는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

성숙해져 가는 입맛


얼마 전에 우연히 티브이에서 ‘나 혼자 산다’를 봤다. 전현무의 조카들이 방송국 견학을 온 에피소드였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삼촌을 따라 방송국 대기실에서 연예인 이모 삼촌들을 만났다. 조카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삼삼오오 연예인들이 모이자 아이들은 준비해온 질문 노트를 꺼내 그들을 인터뷰했다. 그중 박나래를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며 나는 풉 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다.


“박나래 이모.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이모가 좋아하는 음식은 한 글자예요.”


나래 이모는 차마 아이들에게 정답을 말할 수 없었는지, 잔에 음료를 따라서 꼴깍 넘기는 시늉을 해 보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술)를 설명했다. 어른들이라면 누구라도 술을 연상할 수 있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머릿속에는 그런 음식이 존재하지 않았는지 아이들은 오답을 연달아 외쳤다.


“물!”

“김!!!”


한 글자 음식으로 연상할 수 있는 음식이라곤 물과 김뿐이었나 보다. 큰 소리로 물을 외치는 조카의 대답에 웃음이 빵 터진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순수함에 미소 지으며 답했다.

“맞아요. 이모가 좋아하는 음식은 물이에요.”


그 모습을 지켜보니 나도 참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는 뭐로 하시겠어요?


성인이 된 후에 겪는 커다란 식생활의 변화는 '술'을 마시게 된다는 점이 아닐까. 어린이의 머릿속 사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술이 자연스럽게 음료가 되는 순간, 내가 어른이구나를 느끼는 시간이다.


미성년자 딱지를 떼면 삼시세끼 식사 이외에도 술안주라는 칼로리원이 생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술자리에는 종종 참여하게 된다. 술자리라는 색다른 문화를 접하게 되고 식사 때에 보지 못했던 안주 메뉴들을 맛보게 된다. 더 나아가면 평범한 식사메뉴라고 생각했던 음식도 술안주로 보이기 시작한다. 공주처럼 자란 듯 보이는 친구들도 막창, 돼지껍질, 닭발, 내장, 닭똥집 등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처음 보는 음식을 먹게 되는 일. 이전에 몰랐던 맛을 알게 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 단계 한 단계 어른 입맛이 되어간다.


소주와 순대국밥, 막걸리와 녹두전, 맥주와 치킨이 환상궁합이라는 것도 이때 알게 된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어른이 되면서 입맛도 함께 성숙해지는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 여러 지방 출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달았다. 전국 팔도 지방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평소 접해왔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과 학교 급식만 먹어왔기 때문에 감자탕이나 순대국밥 같은 음식을 몰랐다. 성인이 된 후, 직접 식사메뉴를 골라서 사 먹게 되면서 새로운 음식 세계에 눈을 떴다. 각자 자라온 지역과 가족들의 입맛에 따라 늘 먹던 음식 메뉴가 한정적이었지만, 내가 어려서부터 먹어왔던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임을 알게 되고 내 친구가 먹어왔던 음식을 처음으로 맛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싫어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더 명확해졌다.


그렇게 나는 점점 성숙한 입맛을 갖게 되었고, 나름 많은 음식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자부했다. 이 웹툰이 추천해주는 안주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의 음식사전(아니 안주 사전)을 한 층 넓게 확장시켜준 웹툰은 바로 <술꾼 도시처녀들>이다. 에피소드에 첨부된 안주 추천은 신선한 술안주 세계를 내게 알려주었다. 우엉 튀김, 도루묵, 훠궈, 등의 음식은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들이었지만 웹툰이 알려준 신세계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끔 술 생각이 날 때면 이색적인 안주를 추천해주던 이 웹툰이 떠오른다.



<술꾼 도시처녀들>의 매력포인트

일상이 음주인 애주가들의 삶을 코믹하고도 정감 있게 풀어낸 웹툰이다. 술도녀 세 명이 그려가는 에피소드가 유쾌함을 자아낸다. 아니 유쾌함을 뿜어낸다. 웃음 포인트를 억지로 쥐어짜는 느낌이 아니라 적당히 뿜어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주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비슷한 에피소드는 없다. 다양한 각도의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는데, 무겁거나 어둡지 않아서 좋다. 친밀한 캐릭터가 그리는 이야기를 통해 마치 내 친구의 술주정을 보고 있는 듯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웹툰이다.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sooldogirl

1. 술맛 당기는 안주 추천

모든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술안주를 추천해준다. 그런데 그 안주 추천이 너무나도 주옥같아 술맛이 매우 당긴다. 안주 이미지도 첨부되어있는데 과장된 연출이나 협찬 사진이 아니다. 실제 작가가 촬영한 듯한 이미지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로 스크롤을 내려 안주 추천을 보는 순간 자동반사처럼 입에 군침이 돈다. 만약 당신도 애주가라면 에피소드 말미에 부록처럼 담겨있는 안주 추천을 보고 맛을 상상해보자. '다음 회차에선 무슨 안주를 추천해줄지 궁금한데'하며 다음 에피소드를 더 맛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 술도녀 3인방 캐릭터를 읽는 재미

<술꾼 도시처녀들>에는 3명의 도시 여자들이 나온다. 나이는 35살이며, 공통점은 술을 매우 좋아하는 애주가라는 점이다. 성격도 생김새도 술버릇도 제각각이지만 왠지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들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 한 명은 있지'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3.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구성

개별 에피소드의 길이가 짧다. 후루룩 읽고 끝나는 에피소드의 길이가 아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짧은 몇 개의 컷으로 구성된 만화가 충분한 완결성을 갖고 있다. 오히려 이런 몇 개의 컷으로 구성되었기에 가장 만화다운 가독성을 갖지 않나 싶다. 재밌게, 빠르게, 만화 읽듯이 읽을 수 있는 웹툰이다. 그래서 짬짬이 읽기 좋은 웹툰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 편의 시(詩) 같은 웹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