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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Dec 27. 2018

영화 같은 웹툰

인터뷰

드라마 촬영감독님 인터뷰


몇 해 전 드라마 <또 오해영> 촬영감독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감독님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2주 동안 에릭과 서현진이 나온 드라마를 모조리 살펴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각도로 주인공들을 담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주인공 캐릭터를 아름답게 담기 위해 미리 신경 썼다고 한다. 감독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요즘 시청자들은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연구해야 한단다. 한층 눈높이가 높아진 이런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두 주인공을 더 사랑스럽게 담을 수 있는 카메라 앵글과 조명과 색감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나는 드라마에서 그 노력의 결과가 어느 정도 빛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별생각 없이 드라마를 챙겨보던 나에게도 세심한 포인트가 느껴졌으니 성공적이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감독님은 흔하지 않으면서도 예쁘게 두 주인공을 담아주었고,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매력에 깊숙이 몰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주연 배우가 누구냐도 중요하지만 제작을 누가 어떻게 했냐에 따라 극의 느낌이 달라진다. 인물과 스토리만큼 연출도 중요하다. 훌륭한 작품을 위해서는 연기자들의 연기와 카메라 앵글이 합을 이루어야 한다. 등장인물들을 얼마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보여주느냐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좌우하기에, 드라마 연기자들이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하고 연기할지 연구하는 것처럼 촬영감독님들은 크기가 정해져 있는 한 화면에서 주인공들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담아낼지 연구해야 한다.



만화에도 연출이 있다


화면 크기가 한정적이라는 제약조건이 영상과 촬영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제약이 창의력의 원동력이 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보여주려는 이야기가 무수히 많아도 한 화면에서 넣을 수 있는 크기에 제한이 있어 다 담을 수 없으니까. 정해진 화면 크기 안에서 원하는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서, 연출팀과 촬영팀은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제약조건이 효과적으로 화면을 구성할 방법을 연구하도록 한 원인이자 동력이 되어 영상만의 문법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촬영기법과 편집 기법을 만들어냈다.


만화도 영상과 마찬가지로 제약조건을 갖고 있다. 그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만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상세한 연출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컷과 컷을 어떻게 이어줄지, 인물을 어떤 각도에서 담을지, 말풍선에서 말투와 감정을 어떻게 묻어나게 할지, 색감은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등등의 고민이 담겨야 한다. 만화가들도 이런 연출 측면의 고민을 계속해왔고, 그런 덕분에 여러 가지 만화의 문법과 기술이 시간을 거쳐 발전되어 왔다.


만화가는 작가인 동시에 연출가이자 편집자다. 그들은 제한된 프레임 속에 장면을 담고, 대사를 담고, 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담는다. 불필요한 장면을 편집하고 필요한 장면을 최대한 잘 담기 위해 연구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이야기와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가뜩이나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만큼 다양한 웹툰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지 않은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연출의 묘미가 필요하다. 촬영감독님이 드라마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고 고백한 것처럼, 웹툰 소비자의 눈높이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작가들도 그 기대치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영화 같은 웹툰, 작품 같은 장면


내게 연출이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으라면 <이터널 선샤인>을 꼽을 거다. 그리고, 연출이 인상 깊었던 웹툰을 골라보라고 하면 나는 고민의 여지없이 이 웹툰 <인터뷰>를 이야기할 거다.


사실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 후에 '연출이 좋았다' 혹은 ‘연출이 별로였다’는 식의 평을 하지 않는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괜히 모르는 영역인 연출 부분을 꼬집어서 비평하거나 칭찬하려 애쓰기보단, 철저하게 일반인 관객이나 독자로서 내가 느낀 점을 말한다. 주로 이야기 전개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예를 들면 ‘여자 배우가 너무 예뻤다’ ‘그 악역 배우는 소름 끼치게 무섭고 미웠다’라던가,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소리칠 때 무척 공감됐다’ ‘여주와 남주가 헤어질 때 눈물이 났다’ ‘결말이 너무 예상가능한 해피엔딩이라 좀 아쉬웠다’는 등등이다. 웹툰을 이야기할 때도 비슷하다. 스토리가 어땠다던가 인물이 어땠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 연출에 대해서는 거의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웹툰 <인터뷰>는 예외적이었다. ‘그 웹툰 연출이 기가 막혀’라는 수식어를 붙여 설명하게 되는 웹툰이었으니 말이다.



<인터뷰>의 매력포인트

웹툰 <인터뷰>는 웹툰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나에게 꽤 충격적인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장면 장면이 이렇게까지 독창적으로 구성될 수 있구나'하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으니 말이다. 첫 화부터 몰아치는 이야기 전개와 장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흡입력이 있었다. 나를 끌어당기는 어떤 힘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선했다. 정말 단숨에 첫 화부터 끝까지 읽었다. 다 읽은 후에도 ‘와'하며 벌어진 입이 쉽게 닫히지 않았다.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interview

1. 웹툰 초보자들이 보기 좋은 미스터리

이 작품은 우선 길이가 길지 않아 초보자들이 도전하기에 참 좋다. 전체 회차가 12화밖에 되지 않으니 장편 웹툰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제격이다. 그리고 그 표현방식이 신선해서 한 번쯤은 읽어봄직 한 웹툰이다. 프롤로그부터 강력하다. 다음 장면으로 내리는 스크롤을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때부터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는 내내 심장이 점점 빠른 속도로 뛰며 타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열광하는 사람이라 그 프롤로그에 매료되어 작품을 정주행 했다.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분량이라, 쫄깃쫄깃한 긴장상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고 읽을 수 있어 좋다.

2. 예술영화를 보고 나온 것처럼 여운이 남는 작품

이미 작품 설명에서부터 '독특한 감각의 소유자'라고 작가를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 작가 '루드비코'는 독특한 감각으로 연출하고 작품을 전개해간다. 아직 인상 깊은 색채로 뇌리에 남는 웹툰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이 작품을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3. 여러 가지 해석을 더해보며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는 작품

짧은 작품을 읽는 동안 내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파도쳤다. 우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여러 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쓰인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퍼즐 조각 맞추듯 하나로 합체되려는 순간 웹툰은 끝이 난다. 열린 결말이다. 작품은 몇 개의 암시만 남겨준 채 끝이나 버린다. 작가도 일부러 똑 부러지는 설명이나 해석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궁금증을 안겨준 채 끝나버리는 결말. 그 덕에 이 작품은 다 읽은 후에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이다. 여러 가지 풀이가 가능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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