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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Nov 18. 2018

소녀팬의 분노

도대체 당신은 얼마나 잘생겼길래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며칠 전, 나의 최애 가수 D가 뮤지컬을 한다기에 아무 고민 없이 티켓팅을 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은 그 공연 날이었다. 나는 즐거이 혜화행 지하철을 탔다.


‘야호 이제 두 시간만 있음 공연 본다!’


들뜬 마음이 점점 심장을 요란스럽게 울렸다. 두근두근. 조금 고조된 심장박동이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점점 익숙해질 때 즈음 혜화에 도착했다. 출구를 찾아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한 줄 서기 대형에 맞춰 섰는데, 바로 내 뒤에 선 커플의 대화가 들렸다.


“D가 뮤지컬을 한다고?”

“응. 그래서 내 친구가 그거 보러 간대”

“D를 좋아해서?”

“응”

두 사람은 내가 보러 가고 있는 바로 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본래 남 대화 엿듣기에 취미 없는 사람이지만, D를 좋아하는 팬에 대한 말이 들리니 마치 내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어떤 말이 이어지나 궁금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보는 척하며 둘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근데 난 D를 왜 좋아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 되더라.”

“왜?”

“솔직히 E는 멋있는 거 인정한다. 그리고 S랑 M도 매력이 있는 것 같아. 근데 D랑 A는 진짜 평범한 것 같거든. A는 귀엽긴 하니까 이해하겠는데 D는 좀 잘 모르겠어.”


남자는 D가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살짝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여자는 D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하여 조금 더 들어보았다.


“맞아. 나도 잘 이해 안 됨.”


(어라리. 이건 내가 원하는 대화의 흐름이 아닌데..)


여자가 동의를 해주자 남자는 신이 났는지 ‘평범’이란 단어에 무게를 실어 한번 더 말했다. 그리고 D의 팬들을 향해 혀를 찼다.


“A는 귀여운 매력이라도 있지만, 솔직히 D는 진짜 진짜 평범하단 말이야. 다른 멤버 말고 그 평범한 멤버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D를 좋아한다고 하는 팬들은 다 외로운 사람일 테야.”


남자의 말과 태도에 분노가 차올랐다. 부글부글. 방금까지 설렘 게이지를 상승시키며 세차게 뛰던 심장이 이번엔 분노 게이지를 높이며 끓어댔다.


‘아니 감히 우리 D오빠를 보고 평범하다고 하다니.. 도대체 당신은 얼마나 잘생겼길래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살짝 돌아보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리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남자의 얼굴을 살펴서  어쩌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생겼든  생겼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외모를 기준으로 막말하는 남자에게 분노해놓고  조차도 상대의 얼굴을 평하려 하였다니... 나도  한참 모자란 인간이란 생각을 했다.


모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뜻 없는 대중들의 평가를 듣고 기분이 상해도 견뎌야만 하는 연예인도, 자신의 말이 연예인이나 그 팬들에게 잔인한 흉기가 될 수 있단 사실을 모른 채 말을 막 던지던 그 남자도, 그런 제 3자의 말에 속상해하며 ‘저 사람은 못생겼을 거야’라는 더 못난 생각으로 자기 위로를 하려 했던 나 자신도 다 안쓰럽구나 하며 생각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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