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즐기다 보니 끝났지만 기억에 진하게 남아 있는 #젠틀맨스 가이드
앙상블의 합창으로 극이 시작된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 이야기
다이스퀴스 일가에 닥치는 의문의 죽음
젠틀맨스 가이드는 젠틀이란 단어와 다소 안 어울리는 '살인' 스토리를 예고한다.
온몸의 소름이 쭉 돋는 광경이 펼쳐질 테니 나갈 사람은 지금 나가라며 경고한다.
내가 다이스퀴스라니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몬티 나바로.
홀어머니마저 돌아가신 후 혼자 남게 된다.
그런 그에게 한 줄기 희망 같은 소식이 전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명망 높은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
몬티는 이 사실을 알고 신분상승에 대한 기대에 부푼다.
내가 다이스퀴스야.!
몬티는 자신이 백작 다이스퀴스가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단 기쁜 소식을
사랑하는 여인 시벨라에게 가서 털어놓는다.
지렁이가 직립 보행하는 소리 하고 있네
하지만 몬티는 사랑하는 여인 시벨라에게 ‘지렁이’ 취급을 당하며 버림받는다.
그녀는 그가 결단코 가난한 신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
몬티의 앞에 줄 서있는 후계자들이 모두 제거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아냥거린다.
그런 불확실한 행운에 기대를 거느니 보장된 미래를 선택하겠다며 그녀는 돈 많은 남편과 결혼한다.
저도 다이스퀴스입니다.
제게 일자리를 주실 수 있을까요?
시벨라에게 버림받은 몬티는 신분상승을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금수저 다이스퀴스는 그를 받아들여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
앞주머니 속에 독약 들어 있다.
차근차근 올라가는 정석적 방법으로는 신분상승이 불가하다 여긴 몬티.
다이스퀴스가의 후계자들을 미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우연으로 꾸며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를 하나 둘 제거한다.
몬티 앞에 후계자들이 제거될수록 몬티의 꿈은 현실과 가까워진다.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니
너무나 로맨틱하네요.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한 사랑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미천한 신분으로 내려온 용기 있는 사람.
집안의 도움 없이 버티며 아들을 키워온 어머니.
몬티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위해 신분을 버린 사랑꾼이다.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성 피비는 그런 몬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한다.
그리고 몬티를 사랑하게 된다.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젠틀맨'의 사랑 이야기는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몬티를 그리며 절정에 닿는다.
'젠틀맨'의 살인 이야기는 백작 일가의 연쇄죽음을 모두 그린 후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코믹 뮤지컬을 처음 봐서인지, 극 구성과 대사와 인물들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무대를 장악하는 배우들의 열연, 유머러스한 대사, 재치 넘치는 무대장치에 감탄하며 웃고 즐겼다.
극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기억에 남는 넘버를 곱씹었다.
앞주머니 속에 독약 들어있다는 가사가 맴도는데 알쏭달쏭한 생각이 들었다.
앞주머니 속에 독약을 품고 다니는 몬티의 캐릭터가 우리와 닮았단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
누군가의 불행으로 인해 나에게 행운이 생길 수 있다면, 우연으로라도 그 일이 일어나길 소원하는 사람.
몬티만이 아닌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젠틀맨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젠틀한 척 하지만 사실 우린 모두 살인자이며 이기적인 사랑꾼 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