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먹먹한 여운을 남겨준 영화 #라라랜드

by 구모양

도로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화려한 댄서들의 퍼포먼스와 노래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내 노래가 끝나자 모든 상황이 현실로 되돌아온다.

빼곡하게 도로를 채우고 있는 차

빨리 가려고 경적을 울리는 사람

도로 위에 선 운전자 미아에게 오디션 대본을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빵빵

꽉 막힌 도로와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들

주인공 미아가 처한 상황은 꼭 이런 모습을 닮아있다.

왜 이렇게 같은 길로 가려는 사람이 많은지..

나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데 왜 자꾸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하는지..



재능은 없고 하려고 하는 열정만 가득한 사람들 있잖아,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나봐.

주인공 미아는 착실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간다.

그러나 오디션에 연거푸 탈락하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자 자신을 의심한다.

경적을 울려대는 세상 속에 그녀가 꿈꾸던 라라랜드가 과연 존재하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렇게 지쳐간다.



사람들이 좋아할까?

아무것도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

그녀의 인생을 뒤바꾸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만들어주는 한 사람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좋아할까' 걱정하면 '그깟 사람들'이라며 용기를 주는 존재

세바스찬을 만나고 그녀의 삶은 조금씩 변해간다.

가장 본인다운 모습을 찾아간다.



꿈을 꾸는 그대를 위하여,
비록 바보같다 하여도
상처입은 가슴을 위하여,
우리의 시행 착오를 위하여

미아는 바보 같다고 해도 꿈을 굽히지 않는 세바스찬의 모습에 이끌린다.

상처 입은 가슴에 상처를 내기보다 시행착오를 응원해주는 세바스찬을 의지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어디쯤 있는 거지?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려는 미아에게

세바스찬은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감독은 5년의 시간을 침묵하며 흘려보낸다.


(5년이 흐른 후)

각자의 위치에서 살던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난다..

서로를 알아본 두 주인공 위로 비현실적인 상상 속의 회상 장면이 묘사된다..

아름다운 장면이 끝나고 두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내 속에는 웃프다는 말처럼 역설적이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남겨졌다.


어쩌면.. 현실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대단한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이다.

답 없이 막힌 길목에서 배가 고프면 과감하게 핸들을 틀고 주변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이모처럼 뒷일 생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뛰어들며 사는 것..

현실 앞에서 무너지거나 타협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

영화는 나에게 마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비록 우리가 꿈꾸던 원대한 이상과 사랑을 다 이루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는 건.. 그동안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살고 견뎌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관객들의 악평을 듣고 슬피 울던 주인공이 헤어진 옛 연인을 마주 보면서는 웃는다.

(이 미소를 통해 나는 비워진 5년의 시간 동안 둘이 분명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으리라는 걸 짐작했다.)

웃을 수 있다는 건 이 영화가 세드엔딩이 아님을 말해주고있는게 아닐까? 미소짓는다는건 그 만큼 미련 없이 인생을 살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영화는 해피엔딩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상상처럼 로맨틱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이 알고보면 비극적인 명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큰 원동력이 되는 명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라라 랜드] 한 줄 영화평

비어진 5년,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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