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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Jan 13. 2019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묘하게 동지애를 느낀 웹툰

구리의 구리구리 컴백

동맹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자매 사이


언니는 가끔 말로만 생색을 낼 때가 있다. 얼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언니에게 돌연 갑자기 톡이 왔다. 요지는 곧 있으면 내 생일이니 생일선물로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게 웬 떡이야'라는 생각으로 고민해보고 헤어드라이기가 필요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안 그래도 새 드라이기를 사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 중인 헤어드라이기가 너무 오래된 것이라 성능도 좋지 않았다. 그 마저도 헤드가 분리되어버려 머리를 빗으며 한 방향으로 바람을 분사할 수 없었다.


언니는 내 톡을 확인하더니 짧고 굵게 답해줬다.

"헉 어떻게 내가 생각한 거랑 똑같지?"

언니의 짧은 이 메시지는 나의 기대심을 살짝 더 부풀렸다. 당장 주문할 것 같은 기세였다.


'꺄아- 이제 헤드가 분리된 채 꺼억꺼억 바람을 뿜어내는 드라이기는 버려도 되겠군.'

어서 고약한 드라이기를 버리고 싶었다. 따뜻하고 강력한 바람이 나오는 새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공중 부양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내 생일은 9월 초였고, 지금은 1월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새 드라이기를 선물 받지 못했다. 나는 언니에게 당한것이다.  '그럼 그렇지.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구나'하고 생각했다.


나는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며 깜깜무소식인 언니를 기다리면 안 되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드라이기를 주문했다.


이 일을 계기로 돌아보니 정말 형제자매는 참 신기한 인간관계인 것 같다. 서로 위해주는 척하지만, 지나고 보면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오묘한 일이 항상 반복된다. 가끔은 서로를 위하는 건지 서로를 진심을 싫어하는 건지 헷갈린다.



여동생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여기 이런 여동생인 내가 참으로 격한 공감을 느끼며 읽은 웹툰이 있다. 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꺼억꺼억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구리의 구리구리 컴백>이다.


주인공과 그 친구들, 그리고 언니가 등장하지만 다 개구리, 토끼, 코알라 같은 동물로 등장한다. 그들은 공주스러운 그림 속에 담기기보다는 아주 우람하고 괄괄대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그들의 과장된 행동과 대사들이 참 코믹하다. 그렇지만 서술되는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을 사고 남는 실화 에피소드다. 재밌다. 재밌지만 실화답고 실제로도 실화인 일상툰이다.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언니 너무 예뻐요."

"하하. 고마워. 너도 너무 예쁘다야."

나는 친구나 여자 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 이런 '듣기 좋은 말'을 자주 건넨다. 풀메이크업을 하고 오랜만에 만난 날은 어김없이 이런 덕담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아주 조그맣고 사소한 예쁨을 쉽게 과찬하고 아주 크고 우람한 못생김은 모른 체한다. 함께 사진을 찍은 후에는 뽀샤시한 필터와 초강력한 보정 술로 우리의 현실 외모를 왜곡시킨다. 실제의 얼굴을 2배에서 3배 정도 더 업그레이드시켜 사진첩에 저장하고, 서로 나눠갖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실제 우리의 과거 모습으로 착각한다. 나중에 보면서, '이때는 참 예뻤구나'하는 말도 안 돼 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지만, 생각하면 웃기다.


<구리의 구리구리 컴백>의 작가는 바로 이런 여자들의 독특하고 코믹한 면들을 콕콕 발라내어 웹툰 속에 그려놓는다. 주인공 주변 캐릭터들의 웃긴 면모들을 여과 없이 웹툰 속에 담아낸다. 짧지만 강력하게. 그리고 위트 있게. 개구리의 일상인 듯 우리 이웃의 일상인 듯 즐겁게 그려져 있다. 심심할 때 꺼내 술술 읽기 좋다.



<구리의 구리구리 컴백>의 매력포인트

자기주장 강한 개구리의 표정이 폭소를 유발한다. 에피소드들은 짧고 굵게 강하다. 가끔은 코피 터질 것 같이 웃기다. 과장된 캐릭터들의 디테일한 표정은 '여자 캐릭터들이니 예쁘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무자비하게 훼손시킨다. 주인공의 귀에서는 피가 발사되기도 하고, 또릿또릿 한 이목구비의 귀여운 개구리는 갑자기 우람한 근육 개구리가 되어 듬직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그 모습이 참 치명적으로 즐거운 웹툰이다.

1. 과장시키고 희화화시켰지만 그래도 좋은 웹툰

예전에 어느 글에서 읽었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아마 웹툰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좋은 웹툰을 그리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과장하고 희화시켜놓았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이려면 작가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도 여자지만, 이 웹툰에서 희화화하고 과장해서 표현한 캐릭터들의 대사와 그림이 싫지 않았다. 주인공이 좋은 사람이라서인가 생각했다.

2. 일상을 색다르게 바라보게 해주는 웹툰

이 웹툰을 보기 전까지 나의 머릿속에 '개구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개구리 왕눈이'정도였다. 울다가도 일어나 꿋꿋하게 피리를 불던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개구리소년. 그 개구리소년의 이미지가 전부였다면, 이제 내 머릿속에는 개구리의 또 다른 이미지가 생겼다. 이 웹툰 <구리의 구리구리컴백>속의 개구리양. 초록 개구리로 그려지는 스토리라 더 색깔 있고 더 재밌게 읽힌다. 개굴개굴하는 개구리를 보며 입을 크게 벌려 웃고 싶다면, 개구리처럼 눈을 동그랗게 번뜩이며 우리 일상의 재미를 찾고 싶다면, 이 웹툰을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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