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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Mar 23. 2021

나를 닮은 짐가방

남미 여행기 프롤로그

여행을 떠나기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는 짐을 챙기는 일이다. 사람들은 여행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 티켓팅과 숙소 예약을 한 후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짐가방에 차곡차곡 담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행지에 가져갈 수 있는 짐은 제한되어있다. 23kg. 무게를 초과하면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에, 그 한정된 용량에 내가 처음 가는 생소한 곳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가져갈 수 있는 만큼만 남기고 불필요한 걸 덜어내야 한다. 때문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며 짐을 싸게 된다. 누군가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가득 담긴 책을 제일 먼저 준비하고, 누군가는 어떤 날씨에도 대처할 수 있는 완벽한 등산복과 우비를 챙겨간다. 사진에 열정이 있는 누군가는 카메라 장비를 이것저것 챙겨가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누군가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과 액세서리를 한 아름 챙겨간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내의와 방한복을, 현지 음식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고추장이나 라면을 챙긴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부터 담고 비교적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덜어낸다. 그렇게 자신을 닮은 짐가방을 꾸린다. 그래서 여행 갈 때 가져가는 물건을 가만히 지켜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


여행가방에 옷가지나 생필품을 챙기기 바쁜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나는 여행을 함께할 음악을 선곡하는 일을 가장 먼저 했다. 여행지에서의 설렘과 낭만을 기억에 남기려면 음악이 함께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 여행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평소에 즐겨 듣던 음악 위주로 담기보다는 남미 여행을 함께하면 좋을만한 음악을 선별해 다운로드했다.


쿠바의 자유로운 정취를 상상하며, 페루의 경치를 떠올리며, 소금사막의 별빛을 기대하며, 매 순간의 황홀함을 배가시켜줄 음악을 담았다. 그렇게 노래를 모두 고르고 나니 여행 준비를 마친 듯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제 떠나도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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