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인스타그램 친구가 된 서른 둥이 딸의 일기
딩동!
토요일 아침부터 휴대폰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아침부터 누구지? 하며 덜 깬 눈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새로운 팔로워다. 무언가 익숙한 닉네임이다. 프로필 이미지까지 보니 더 익숙하다. 지나치게 익숙한 그 사람은…. 우리 엄마였다.!
토요일이라 늦잠을 자려했지만, 엄마 덕분에 순식간에 잠이 확 깼다. 먹은 것도 없는데 아침부터 속이 얹힐 것 같다. 이 불편함. 어쩌지? SNS의 생명은 부모님 세대가 친구 신청을 하기 시작하면 끝난다던데. 내가 페이스북을 떠나게 된 이유도 엄마가 내 친구들과 페친을 맺은 탓이 컸던 것 같은데. 싸이월드도 페이스북도 그렇게 보내주었는데. 인스타그램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건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엄마의 관심을 피곤해하기 시작한 게. 엄마의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 딸내미의 신세를 한탄하고 반항하던 사춘기 때부터였는지. 아니면 성인이 된 후부터였는지. 그 시작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내 일상을 궁금해하는 엄마의 질문이 점점 지겨웠다. 외출을 나간다고 하면 "누구랑 가니? 몇 시에 오니?”, 영화를 보고 오면 “누구랑 무슨 영화를 봤어? 재밌었어?", 어디를 다녀오면 "거긴 또 어디야? 엄마는 가본 적 없는데, 거기 좋아?"라며 질문세례를 하는 우리 엄마. 딸내미와 아들내미 일이라면 그들 위장에 어떤 밥알이 들어갔는지까지 알고 싶어 하는 엄마. 그런 모성애가 간섭으로 느껴진 딸은 질문을 피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엄마의 관심을 끊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물음에 대충대충 대답하게 되었다. “그거 말해주면 알아?” “그런 게 있어.”라며. 딱히 숨길만 한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신비로운 척했다. 그리고 어느덧 내 맘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만렙을 찍은 서른 살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SNS에 불쑥 들어와 버렸다. 그러니 ‘으아아-’ 하는 곤란한 소리가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하다.
개운치 못한 아침. 번뜩 깬 정신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니 엄마가 보였다. 엄마. 나의 새로운 팔로워님. 그분이 저기 계시는구나. 같은 집에 사는 팔로워라니. 허허. 딸의 속에서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엄마는 다행히 내 속사정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우리 딸~ 좋은 아침!” 하며 해맑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천진한 엄마의 인사를 받은 딸은 생각했다. 나는 엄마가 내 팔로워가 되는 게 왜 이렇게 불편할까? 사실 내 계정 팔로워 중에 자주 만나고 연락하는 사람은 다 합쳐봐야 열 명쯤 되는 정도인데. 그런 열댓 명의 친구들이 다 나와의 인연을 끊어버리게 되어도, 마지막까지 남아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은 우리 엄마인데. 왜 나는 엄마에게 꼭꼭 숨기고 감춰온 일상을 그리 친하지도 않은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 떡하니 공개했을까? 나 따위의 관심에는 신경도 안 쓸 연예인 김 모 씨의 인스타그램 사진에는 그렇게 후하게 ‘좋아요’를 눌러대면서 엄마의 애교 섞인 미키마우스 이모티콘에는 왜 그리 무신경했을까?
나를 돌아봤다. 관심은 받고 싶지만 엄마의 관심은 사양하고 싶었던 나를. 그리고, 마침내 인심 쓰듯 다짐했다. 볼 테면 보라 생각하자. 엄마의 관심을 감사히 여기자. 이렇게. 그리고는 '에잇- 기분이다’ 하며 엄마 계정에 있는 팔로우 버튼을 눌렀다.
"엄마. 나 맞팔했어."
"응? 마팔? 그게 뭐야?”
"어- 그런 게 있어."
맞팔이 뭔지도 모르는 귀여운 우리 엄마. 엄마 계정에는 꽃 사진과 단풍사진이 하나씩 올라와있었다. 나는 엄마의 57번째 팔로워가 된 기념으로 엄마의 사진에 좋아요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