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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Feb 22. 2019

사원증이라는 목줄을 걸면 초롱초롱해질 줄 알았어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초롱이었어.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빛나는 귀여운 요크셔테리어였는데, 녀석은 산책하길 참 좋아했어. 아니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했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답답했던게지. 나름 점잖은 친구였는데 내가 산책용 목줄만 들면 지나치게 흥분했어. 얼마나 발발거리던지. 아직도 그 모습이 잊히지가 않아. 그 녀석에게 목줄이란 즐거운 외출의 상징이었나 봐. 누구라도 꼬리 흔들며 안달할만한 ‘일탈’ ‘해방’ ‘자유’ 뭐 그런 거 말이야.


아침에 출근하며 사원증을 목에 거는데 갑자기 그 초롱이가 생각나서 왈칵했어. 하필 강아지 목줄이랑 사원증 줄이 닮아있지 뭐람. 지금은 불러볼 수 없는 그 자그마한 녀석이 어찌나 보고 싶던지. 하마터면 울 뻔했어.


자기 이름 “초롱아”도 못 알아들으면서 강아지 목줄에 달린 방울 소리만 들리면 쏜살같이 달려오던 쪼꼬미. 우리 집 강아지는 왜 그렇게 나가고 싶어 했을까?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했어. 사원증과 강아지 목줄은 닮은 구석이 참 많은데, 나의 출근길은 산책을 나가던 우리 초롱이의 걸음걸이랑은 전혀 다른 모양새로구나. 한때는 그토록 바랐던 목줄(사원증)이었는데…. 이 목줄을 차고 매일 출근하는 나는 왜 전혀 신이 나지 않는 걸까? 초롱이는 지금 행복하겠지? 더 이상 목줄이 필요 없는 그곳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삐빅-'하고 사원증을 찍으면 문이 열려. 그 문을 통과해 들어가는데 총총거리며 현관문을 나서던 우리 초롱이가 자꾸만 떠올라. 안 되겠어. 오늘은 간신히 눈물을 삼켰지만 앞으로는 참기 힘들 것 같아. 초롱이 이 녀석이 또 생각나면 그땐 나도 감당하지 못할 거야. 사원증 줄이라도 바꿔야겠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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