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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Feb 21. 2019

좋은 오타

지금까지 이런 오타는 본 적이 없다. 이 것은 오타인가 바람인가.

저녁 수업을 듣고 집에 가려는데 엄마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밤이 늦었으니 지하철역에 도착할 때쯤 연락하란 메시지였다. 이사한 아파트로 가는 길이 아직 낯선 이 딸내미를 위해 동생과 함께 데리러 나오겠다고 했다.

알겠다는 무미건조한 답장을 보내려는데, 메시지 중간에 섞인 오타가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 자판이 익숙지 않은 엄마는 종종 오타를 보내니까, 그 정도 일 쯤은 놀라울 일도 아니니까, 평소였으면 못 본 척했을 텐데 동생 이름이 희망이로 찍힌 말풍선을 보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푸흡.

(얼마 전에 엄마의 휴대폰을 내가 쓰던 아이폰으로 바꿔줬는데 그때 키보드 자동 수정 기능을 꺼주는 걸 깜빡했다.)


‘희망이. 이건 참으로 적절한 오타로구나.’

혼자 생각했다. 답장 뒤에 붙이고 싶은 말이 생각났지만 더하지 않았다. 대신 여기 일기에 써야겠다.


동생아. 이 스마트폰 오타처럼 네가 희망이 되면 좋겠다. 어서 빨리 속히. 제발. 하지만 나는 취업준비생의 마음이 얼마나 비참한지 아는 사회 선배님이고, 엄마 아빠보다 네 생각을 이해해줄 있는 누나니까, 먼저 잔소리를 퍼붓지 않을게. 근데 동생아. 이제부터 너의 별명을 희망이라 하면 안 될까? 별명이라도 그렇게 붙이고 싶구나. 희돌이라는 너의 어릴 적 별명보단 희망이가 나은 것 같아. 너도 동의하지? 그럼 이제부터 내 맘대로 희망이라고 부를게. 그러니까 돌이 되지 말고 희망이 되렴. 넌 할 수 있다. 희망이 짜슥.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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