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가 된 걸 축하해요”
언니가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배운 아빠에게 보낸 축하 메시지다. 커피 주문을 스마트폰으로 완료한 게 자랑스러웠는지 아빠는 가족 단체방에 이 사실을 알렸고, 언니는 ‘인싸’라는 젊은 용어를 더해 이렇게 아빠를 응원했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단어. 인싸.
사실 나는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갈라놓는 뉘앙스의 이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메이저리티에 속하지 못한 인물을 마치 따돌리는 것 같아서다. 하지만, 언니와 아빠의 메신저 대화를 계기로 이 젊은 용어의 파고들어보니 ‘나도 인싸가 되고 싶다’라는 재미난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은 그야말로 혁명의 시대다. 전문가는 스마트폰이 낳은 초인류 ‘포노사피엔스’를 더 이상 기성세대 ‘호모 사피엔스’의 방식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장을 보러 가지 않고도 매일 아침 신선식품을 배송받아 냉장고를 채우는 사람들. 스마트폰 앱으로 커피를 주문한 후 출근길에 찾아가는 사람들. 도로 한 복판에서 택시를 기다리기를 거부하고 우버를 불러 타는 사람들. 인싸들은 이들이 아닐까?
포노사피엔스. 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진화하며 자신들만의 인사이드를 구축했다. 이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해석하며 성장한 인류다. 보면 볼수록 내가 감히 이들의 잠재력을 저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신문을 구독하지 않지만 이들은 결코 세계정세에 느릿하지 않다. 그들은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비교하고 사람들이 직접 단 댓글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를 꼭꼭 씹어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데 능숙하다. 다양한 콘텐츠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자기 취향을 견고하게 만들며 자란 사람이다. 이런저런 영감을 차곡차곡 습득한 인류. 이들은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기도 하고 대규모 촛불집회를 기획하며 세상을 바꿀 방법을 찾기도 한다. 방송국의 러브콜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인터넷 방송을 제작한다. 잠자코 앉아서 공부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기성세대의 가르침을 거부한다. 새 시대에 맞춰 등장한 신박한 인류인 셈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주목해야 하며, 그 인사이드 영역에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학 강의실이 아닌 온라인 사이트 커뮤니티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이들은 대학 전공서적이 발행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최신 기술 트렌드를 섭렵하고 있지 않은가. 개인방송을 통해 10대 때부터 팬들과 소통하며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은 시사상식 문제풀이를 암기식으로 공부해 언론고시 필기시험에 합격한 이들보다 훨씬 민첩하고 예리하게 대중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기획해낼 것이다. 어려서부터 국내와 해외 음악을 가리지 않고 찾아 듣던 아이들이 놀랍도록 훌륭한 랩을 선보이며 힙합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이제 그들이 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낼 시대는 이들의 인사이드 무대에서 펼쳐질 거다. 그 시대와 멀어지지 않으려면, 소외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배워야 한다. 알아야 한다.
인싸라는 용어는 어쩌면 이런 시대 변화에 속해있는 사람들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지도 모르겠다. 신세대라는 말 자체가 너무 구식이니까. 기성세대들이 사용하던 용어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거겠지. 그렇게 혼자 짐작했다.
스마트폰 문명이 만들어갈 미래를 그려봤다. 감히 상상이 안된다. 그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이 뿜어내는 기발함과 성숙함이 만들어갈 내일이 기대된다. 그 안에서 나도 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환갑을 넘어서도 스마트폰에 커피전문점 앱을 설치한 아빠처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소통을 시도한 우리 엄마처럼, 더 오래 이 시대의 인싸들의 문화에 관심주며 지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