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른스러운 일은 네가 아끼는 일에 실패하는 거야

영화 #유니콘 스토어

by 구모양

영화 <유니콘 스토어>의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에 호기심이 생겼던 건, 주인공의 처지에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원하지 않는 내가 되며, 별로 행복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 그녀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결말이 알고 싶었다.


‘유니콘이 존재한다고 믿는 주인공처럼, 유니콘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처럼, 나에게도 꿈같던 행복의 빛깔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빛깔과는 조금 다른 어른이 되었는데.. 어쩌지.’


어쩌면 나는 고민상담을 받고 싶은 이런 마음으로 틀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서,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가 허구라는 걸 알게 되면서, 무지갯빛 행복을 주는 유니콘이 없다는 걸 자각하게 되면서, 내 머릿속은 핑크빛을 잃어갔다. 현실이라는 핑곗거리를 데려와 빛을 잃어가는 칙칙한 내 모습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울감이 깃들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여전히 내 속은 우중충했다. 솔직히 큰 기대가 없었다. 결말에 대해서도 뻔하겠지 정도의 적당한 마음이었다. 그저 아깝지 않은 시간 죽이기나 되면 좋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내 시큰둥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선 영화는 딱딱해진 내 마음을 주인공의 엄마가 건넨 이 한 문장으로 흔들어 깨워줬다.
“가장 어른스러운 일은 네가 아끼는 일에 실패하는 거야”
가슴속이 저릿하게 흔들렸다. 아픈 건지, 통쾌한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는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내 속 안에 미련처럼 남았던 응어리들이 공기가 되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영화는 내가 절망이라 생각했던 ‘실패’란 녀석을 단숨에 ‘어른스러운 것’으로 승화시켜주었다. 고마웠다.


끝까지 보고 나니 답답했던 마음에 미소가 스몄다.

가끔씩 생각날 것 같다. 유니콘에게라도 기대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오면. 갑갑할 때면. 울고 싶을 때면. 그땐 다시 이 글귀를 꺼내봐야겠다. 네가 아끼는 일에 실패하는 건 가장 어른스러운 일이야. 이러면서. 실컷 울고 다시 웃어야겠다.


[유니콘 스토어] 한 줄 영화평

유니콘의 마법이 간절한 어른이들의 마음을 그냥 똑똑 두드려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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