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

by 구모양

변호사 양순호(정우성). 그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법조인이 된 인물이지만, 좋은 사람 소신을 지키기엔 순호의 인생은 소주처럼 쓰다. 홀아버지. 빚더미. 이 두 가지를 함께 모시고 살아야 하는 그는 결국 결혼도 포기하고 신념도 포기하고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잘 살려면 조금 때가 묻어야 한다는 로펌의 합리화 논리에 적당히 수그린 채. 그렇게 굴복하면서 정의와는 점점 멀어지는 길을 간다. 그리고 한 골치 아픈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된다. 사망자는 재벌가의 회장님, 용의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되는 가정부, 그리고 유일한 목격자는 자폐증을 갖고 있는 고등학생 소녀다. ‘재벌' '사회적 약자' '장애인'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이슈 되기 딱 좋은 찜찜한 사건이지만, 이 사건에는 순호가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려있다. 순호는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깨끗하지 못한 길을 선택한 변호사 순호. 항상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일관되게 깨끗하고 진실한 사람이었던 지우. 두 사람이 만나 영화가 된다.


영화를 통해 나는 지우에게 그만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저는 변호사 양순호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대형 로펌의 명함을 내밀던 순호보다 “난 증인이 되고 싶어. 증인이 돼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어.”라고 엄마를 설득하는 아이가 빛났다. 법정에 설 용기를 내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하는 지우는 웃는 얼굴 속에 사악한 속내를 품고 살아가는 어른들보다 훨씬 빛나는 좋은 사람이었다. 지우에게서 순호가 잃어버린 사람 냄새가 보였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혹자는 이 대사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영화가 너무 일차원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좋았다. 멋져 보이게 치장한 글보다 솔직하고 정직한 글이 좋다. 의미 없는 소리를 꽹꽹거리는 음악보다 진솔한 가삿말로 지어진 편안한 노래가 좋다. 영화 <증인>은 그런 영화라서 좋았다. 작품 속 인물은 결코 단순하거나 진부하지 않게 내 마음에 흘러들어왔으니까. 영화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라면, 이 영화는 훌륭하게 그 임무를 수행한 작품이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말이 계속 생각날 것 같으니까.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며 위로해주는 순호의 아버지 나긋한 타이름이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는 닮고 싶은 모습으로, 피하고 싶은 모습으로,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내게 보여주었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지우의 엄마처럼 '그건 지우가 아니잖아요.' 하며 있는 그대로의 내 아이를 사랑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고, 순호 아버지처럼 '태어나줘서 고맙다'라는 애정 어린 손편지로 생일을 축하해주는 노부모로 늙고 싶고, 상처를 준 친구에게 사죄하며 '미안해'라고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순호가 택한 결말처럼. 내 몸에 잘 받지 않는 위스키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인상 쓰는 인생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사는 인생이 갖고 싶다. 한국땅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되지 못해도 언제나 함께하고픈 좋은 사람에게 찾아가서 '소주 한잔 할까' 하며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증인] 한 줄 영화평

좋은 사람이 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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