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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Jun 03. 2016

누나들에게 추천하는 일상 웹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우리 가족은 덕선이네 가족


얼마 전 뜨거운 인기를 받으며 성공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대표적인 캐릭터 덕선이.

1화에서부터 덕선이는 자신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드라마를 이끌어갔다. 혜리가 연기한 덕선이의 캐릭터는 혜리의 연기력에 물음표를 던지던 시청자들을 여배우 혜리의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 또한 덕선이의 캐릭터에 첫 화부터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딸 딸 아들 삼남매의 둘째라는 점이 격한 공감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 나는 딸 딸 아들의 둘째 딸이다. 우리 가족은 덕선이네 가족과 같고, 나는 덕선이와 같은 둘째 딸의 위치에서 태어났다. 내가 어렸을 때 까지만 해도 이런 가족 구성(딸, 딸, 아들)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가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그것, 남아선호 사상 덕분이다. 그때의 자녀계획에 있어서 딸이 쉼표였다면 아들은 마침표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누나와 함께 자란 막내아들


우리 집 막내처럼 누나가 있는 집에서 자란 막내아들들은 티가 난다. 어딘지 모르게 표시가 난다. 물론 어떤 성향의 누나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누나들의 조기교육의 영향과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학습효과에 의해 누나 밑에서 자란 남자아이들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응팔의 노을이처럼 말투나 행동 안에서 약간은 소심하고 순한 면이 있다. 알게 모르게 누나의 틈에서 자란 영향이 묻어나 형제 사이에서 자란 남자아이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낸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소심함, 소극적인 모습, 섬세함, 예민함, 어리광스러움, 여성적인 입맛, 취향, 깔끔 떠는 성격 등...

누나들의 엄격한(?) 교육 환경에서 자라다보면 막내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면모를 남들보다 많이 갖게 된다. 단점일까? 아니다. 누나 밑에서 자랐다는 특수한 성장배경이 만들어낸 막내아들의 섬세하고 온순한 특징은 다른 남자애들이 갖추지 못하고 있는 그들만의 장점이자 매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일찌감치 이런 막내아들스러움(?)이 자신의 최대 장점이자 매력포인트임을 알고 스스로를 치명적인 캐릭터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의 작가 백두부씨다.




막내의 시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남동생이 자신의 누나 이야기를 몰래 그리는 웹툰이다. 응팔의 덕선이가 둘째 딸의 시선에서 가족 이야기를 보여주었다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노을이와 같은 남동생의 시선에서 그려낸 그림이다. 주인공 백두부씨는 작가 본인이며 작품에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백두부의 누나 계을이는 실제 작가의 누나를 그리고 있다. 작품 속의 에피소드는 모두 실제 작가가 겪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작품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정말 남동생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스토리라는 것을...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웹툰 속에서 누나로 나오는 계을이에 몰입하게 된다. 나는 누나니까. 그리고 작품에서 남동생으로 나오는 주인공 백두부가 내 동생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동생이 나에 대해 비밀스럽게 작성해놓은 일기장을 훔쳐보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동생의 시각으로 본 누나의 모습을 읽어가다 보면 막내아들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누나인 내가 동생의 폭로를 웃으며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누나의 비밀을 폭로하고, 누나의 행동을 과장해서 희화화시키며, 아주 못생기고 엽기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동생의 시선을 훔쳐보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백두부라는 캐릭터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일까, 아니면 누나로서 내가 알지 못했던 동생들의 설움을 알게 되서일까. 누나를 못난 캐릭터로 그려놓아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 그냥 귀엽게 웃어넘길 수 있게 된다.




누나라면 공감할 내용


나에게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작품을 추천해준 사람은 역시나 남동생을 두고 있는 누나였다. 남동생이 있는 여자들은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웹툰이라며 나에게 이 작품을 추천해줬던 언니의 자신감 있는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도대체 어떤 웹툰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확신하는 어조였다. 누나라면 안 웃을 수가 없다고 했다.


맞다.

누나라면 웃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작품을 보다 보면 어느새 백두부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이 내 속에 껴들어온다. 동생을 응원하고 있는 내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독자로서 나는 계속 작가의 편이 된다. 누나 편이 아닌 동생 편을 바라보게 된다. 남일 같지 않은 스토리지만 남의 일이기 때문에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누나라면 웃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작품이다. 당신이 만일 누나라면, 이 작품을 보다가 동생이 떠올라 히죽히죽 웃게 되는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매력포인트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그리 멀리 있는 이야기 같지 않아 매력적이다. 실존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사건들을 다루기 때문에, 작가가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주기 때문에, 먼 나라 이야기 같지 않고 바로 옆집 이야기같이 느껴지는 웹툰이다.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tomorrow


1.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나는 작품

생활 웹툰은 실존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실제 인물들이다. 작가님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공개되기에 일상을 웹툰으로 그려내는걸 꺼려할 수 있겠지만, 나처럼 소소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읽는 재미가 쏠쏠한 장르임이 분명하다. 우리와 함께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 실제 인물이기에 미워할 수 없는 이야기. 그게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2. 시트콤 같은 일상 이야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마치 배꼽 빠지게 재밌는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일상이 아주 솔직하고 리얼하게 녹아 있어서 충분히 공감할 만 하지만, 동시에 시트콤보다 더 코믹스럽게 묘사해놓은 작가의 표현력이 빵빵 터지는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백두부씨와 엄마 아빠 누나 모두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게 시트콤에 나오는 가족들을 닮아있다. 개성 강한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살며 본인들만의 에피소드를 만들며 살아가는 이야기. 소소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웅장한 판타지보다도 막장 드라마보다도 끊을 수 없는 매력을 갖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3. 작가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주는 작품

일상을 그린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누나에게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누나는 자신이 동생의 웹툰의 소재가 되고 있다는 걸 모른다.) 작가는 항상 독자들에게 비밀유지를 부탁한다. 작가는 누나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본인의 심정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멘트를 웹툰 마지막에 편지로 남긴다. 독자들도 한 마음으로 작가를 응원한다. 누나에게 들키면 끝이기 때문이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작품 내용 이외에도 팬과 작가가 한 마음이 되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는 만화다. 작가는 만화를 더 이상 못 그리게 될 수도 있으니 들키면 안 되고, 독자들은 재밌는 만화를 더 이상 못 볼 수도 있으니 들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독자와 팬은 한 통속이 된다. 소통한다. 작가는 팬 관리를 더 열심히 하며 독자들은 작가를 적극 응원한다. 자연스럽게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전략적 협력관계 같은 게 형성된다. 이런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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