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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Jun 04. 2016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웹툰은 네가 처음이야

좋아하면 울리는

제 점수는요...


나는 'K팝스타'라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재밌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라운드를 거듭해가며 성장해가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나도 함께 응원해주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K팝스타의 세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개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튀는 심사위원은 단연 박진영이다. 혹자들은 박진영의 오버스러운 액션과 표정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고 하소연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심사평과 심사 스타일이 참 좋다.


박진영의 심사의 골자는 늘 한 가지, 본인을 좀 음악으로 즐겁게 해달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성장을 위해 부족한 부분이나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냉철한 심사위원이기도 하지만, 그는 완벽한 음악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음악을 갈구하고 있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말을 자주 한다. 심사위원 박진영은 누가누가 잘 부르나 채점하고 점수를 주기 위해서 그 자리에 앉아있지 않는다. 그는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그리고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훌륭한 뮤지션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듯 보인다. 그런 그의 태도가 나는 마음에 든다. 좋은 음악은 정확한 음악이 아니라 움찔움찔 움직이게 만드는 음악이라는 것,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게 만드는 진정성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그가 온몸으로 가르쳐주고 있어서 좋다. 그 덕분에, 시청자인 나도 함께 평가하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자유롭게 음악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음악을 들었을 때 내 속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집중하게 된다. 누가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가 일깨워준 작은 마음의 변화가 음악 듣는 행위를 즐겁게 만들어준 것이다.




예상을 벗어나는 진행이 주는 매력


박진영이 R&B 소울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에게 항상 하는 심사평이 하나 있다. 소울 음악의 매력은 10번을 부르면 10번을 다 다르게 부를 것 같은 그 사람만의 스타일과 예상을 벗어난 즉흥적인 곡 진행에 있다는 말이다. 뻔하지 않은 진행, 예상하지 못했던 애드리브 라인, 독창적인 박자와 끝음처리... 등이 원곡에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 독창성과 즉흥성이 듣는 이의 몸이 반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뻔하고 식상하지 않은 기발한 진행을 들었을 때 감탄할만치 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심사평에서 배울 수 있는 레슨이 한 가지 있었다. 예상대로 뻔하게 흘러가는 진행은 재미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뻔한 건 재미없다. 이런 공식은 음악에서만 통하는 진리가 아니다.

진부한 스토리는 재미없다. 사람들은 독창적인 무언가를 원한다. 감격을 주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이라도 예상을 비껴가는 기발함이 필요하다. 뻔하면 재미없어지니까. 일상을 탈피할 수 있는 신선한 출구를 찾는 현대인들에게 그저 예상되는 대로 무난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느끼게 되는 예상외의 치명타가 필요하다.


막장드라마. 언제부터 생긴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막장드라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떠올리는 일종의 공식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뻔하게 정해져 있다 보니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이다. 출생의 비밀, 복수, 불치병, 기억상실증, 등... 처음에 봤을 때는 신선할 수 있겠지만 자주 봐온 시청자들은 식상해져 버린 소재들이다. 말도 안 되는 식상한 이야기. 그런 막장 스토리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보다 호기심을 불러 모으는 색다른 스토리를 원하고 있다. 소재와 스토리라인이 새로워야 몸이 반응한다.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 스토리의 매력


27살이 되어서 나는 처음으로 순정만화를 읽게 되었다. 만화 자체를 읽기 시작한 게 20대 중반 때의 일이니 그다지 놀랍지 않을 수 있지만,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내가 순정만화에 울고 웃게 될 거라 생각지 못했기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런 내가 신기하다. 놀랍다. 내가 순정만화에 빠지게 될 줄이야... 사실 이 나이 먹어서 순정만화에 몰입했다는 것이 조금 무안하다. 그리고 스스로의 무안함을 애써 감추기 위해 나는 이 만화는 뭔가 특별하기 때문이라는 자기 위안을 하곤 한다. 그럴만한 명작이기에 내가 빠져들게 된 것이라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구차한 변명이 아니다. 이 웹툰은 진짜 명품 만화니까.


그렇다. 요즘 나는 순정만화에 폭 빠져있다. 처음으로 나를 들었다 놨다 한 순정만화. 그 작품은 바로 <좋아하면 울리는>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내용은 진부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정말 잘 짜인 스토리와 구성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마약 같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명불허전이다.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천계영 작가를 왜 천재라고 극찬하는지 알 것만 같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 그 스토리가 참 다부지게 탄탄하다. 식상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는 고스란히 이 작품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일정 반경 내에 들어오면 알려주는 알람 어플이 사용된다는 그 발상 자체도 신선하고 비범했지만, 회차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나 대사 또한 명품이었다. 빠져들만했다. 내용들이 뻔하지 않고 신선하며, 올드하지 않고 즐겁다. 그러면서도 가볍지가 않다. 나는 이 작품이 하고 있는 그런 가볍지 않고 중독성 있는 이야기가 상당히 맘에 들었다.




알파고와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임을 기계가 판단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재밌는 발상이다. 기계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내린다. 기계는 속일 수 없다.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의 거짓된 말과 행동보다 어쩌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건 기계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이런 기계를 사용하게 된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알 수 있게 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관계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까. <좋아하면 울리는>은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며 이미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지 않았는가. 이제 인공지능 로봇들은 바둑을 하고, 작곡을 하고, 소설을 쓰기도 한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혀졌다. 기계가 우리 감정을 읽어낼 수 있게 되고 행동 양상을 바꿔놓게 되는 상황...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을 읽을 때에도 이 이야기가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장난감에 얽힌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작품이 던지고 있는 관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비현실적인 상상속의 기계일지 몰라도 비현실적인 상상의 끝에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유익한 교훈이 분명히 있을 테니 말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매력포인트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들키게 될까 봐 가슴 졸여본 적이 있다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의 고백을 듣고 설레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 풋풋한 핑크빛 감성을 되살려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joalarm

1. 좋아하는 관계의 의미를 그리는 작품

기계와 인간, 이성과 감성, 생각과 행동이 충돌될 때에 당신은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가? 작품은 이런 충돌 상황을 그럴듯하게 제시해 준다. 그것도 아주 몰입도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통해서 말이다. 혹시 아직 이 작품을 맛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관계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고찰을 곁들여가며 더 적극적으로 작품을 읽어보길 권한다. 만화를 보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2. 삼각관계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

삼각관계는 두 사람의 상반된 매력이 주인공을 갈등시킬 때 재미있다. 한쪽이 너무 뒤떨어지거나 양쪽이 비슷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도 안된다. 각자 색깔이 다른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여야 보는 맛이 난다. 최후에 남자 또는 여자를 차지하게 되는 편은 누구일까 예상해 보고 기대해보며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러브스토리가 그렇듯이 이 작품에도 삼각관계가 등장한다. 두 남자 가운데서 갈등하게 되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위에서 말했던 삼각관계의 필요충분조건을 참 잘 지키며 한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두 남자를 매력 있게 그리고 있다. 우세한 편을 가늠할 수가 없다. 결말이 도대체가 예상이 안된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가 너무나 매력 있다. 매력 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 주인공의 감정선에 참여해보며 읽어보아라.

3. 콩닥거리는 설렘을 전해주는 작품

<좋아하면 울리는>에 나오는 좋알람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이 생기고 메신저 앱이 생긴 이후로 누구나 알림 소리를 듣고 설렌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애 초반 한참 상대와 알콩달콩한 메시지를 주고받고 지낼 때를 기억해보아라. 그에게서 온 메시지 알림이 울리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그런 연애 초반의 달달하고 기분 좋은 설렘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경박하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게, 심각하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게, 재미없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말이다. 발그레한 주인공들의 표정을 보고 있다 보면, 단단하게 굳은살 박인 줄 알았던 마음에도 다시 소녀감성이 돋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인공들의 깨알 같은 대사들은 숨어있던 연애세포를 간지럽게 자극한다. 마치 기분 좋은 향기가 불어올 때와 같이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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